(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미국 주식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나타내면서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늘어나 큰 폭 상승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1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8.5bp 하락한 3.135%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장중 3.261%로 7년래 최고치를 찍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이날 대폭 후퇴했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보다 8.6bp 내린 3.311%를 나타냈다. 전일 4년래 최고치에서 내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보다 4.1bp 하락한 2.840%를 나타냈다. 2년 만기 국채수익률 역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에서 밀려났다.

10년물과 2년물의 가격 격차는 전장 34.0bp에서 이날 29.5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미 국채 값은 상승세로 출발한 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돈 데다 미국 주식시장의 낙폭이 커지면서 점차 상승 폭을 키웠다.

통상 미 국채는 시장이 혼란한 시기에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대신 무위험자산으로써 수요가 늘어난다.

간밤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이날 미국 주식시장은 장 초반 반등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낙폭을 키웠고 장중 패닉을 보이기도 하는 등 극심한 불안을 노출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현재는 중립금리에서 먼 거리에 있다"는 매파적인 발언 이후 국채 값이 가파르게 하락했고, 주가가 하락해도 다시 국채 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주식과 국채 값도 동반 하락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다 주가 하락세가 심상찮게 전개되고 시장의 공포 심리가 극대화되자 미 국채 값이 다시 상승했다.

국채수익률의 가파른 상승을 이끌었던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소 밀려났다.

이날 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보여줬다. 지난주 반세기만의 최저치인 실업률 등 고용보고서 이후 완전 고용 상태가 임금 인상을 가속할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미 국채시장을 지배했다.

노무라 증권의 조지 곤칼브스 채권 전략 대표는 "CPI가 예상을 빗나갔지만,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추세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며 "연준은 이런 지표를 향후 몇 달간 지켜볼 것이고 혼재된 결과가 나오면 연준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전은 중립금리로 갈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15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30년물 입찰에서는 응찰률 2.42배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국채는 3.344%에 발행됐다.

전일 부진한 입찰 수요가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렸지만, 이날 입찰 영향은 크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속되는 연준과 연준의 금리 인상 비판이 이어졌다.

곤칼브스 대표는 "스페인어로 미친을 뜻하는 'loco'라는 단어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새로 등장했다"며 "이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지만, 연준은 경제 과열을 막는 데 필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고, 거품을 걷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니크레딧의 분석가들은 "어제 독일과 미국의 장기물 국채 입찰에서 그다지 강하지 않은 수요를 확인했는데, 이는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 욕구가 특별히 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러나 주식시장의 투매 가속으로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곧 역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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