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증권업계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하면서 육아휴직 풍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 사례가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최근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증권에서만 8명의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에서는 작은 비중이나, 지난 2016년 5명에서 지난해 8명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NH투자증권에서도 지난해 각각 2명씩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떠나며 불과 3년 사이 육아휴직에 나선 남자 직원의 숫자가 두 배로 늘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대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실태가 논의됐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장려됨에 따라 삼성, LG그룹 등에서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중이 눈에 띄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증권사에서는 원칙적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데 있어 남직원과 여직원 사이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직원의 비율은 여직원과 비교해 매우 작은 수준이거나 아예 없다시피 했다.

증권업계 특성상 전문 계약직의 비중이 높고, 성비 차이가 큰 '남초 커뮤니티'의 성격이 짙었다는 점도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분위기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도 여성 비율이 늘면서 차츰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남자 직원과 여직원의 성비는 6대 4 수준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인원이 많고 규모가 커 육아휴직 등이 상대적으로 잘 정착됐다"며 "증권사와 비교해 인력 수급이 원활하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트렌드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점차 남직원의 육아휴직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워라밸'이 좋다고 인식되는 유관기관에서도 남직원의 육아휴직은 절대 흔하지 않다.

실제로 대표적 증권 유관기관인 예탁결제원의 경우에도 육아휴직 사용 인원은 수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남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례는 한두 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회사나 부서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방안 등을 강구해 차츰차츰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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