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주식시장의 폭락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라이언 스위트 애널리스트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전망 보고서에서 주식시장 매도세는 경제 펀더멘탈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매도의 촉매제로 연준이 지목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파월의 발언이 2006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실수를 상기시킨다며 파월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겠지만, 그렇다고 연준이 현 행보를 중단하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 파월 '중립금리' 발언…버냉키 실언 상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너무 공격적"이라며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배제하더라도 최근 주식시장의 혼란은 미 국채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목할 점은 국채금리를 급등시킨 것은 파월 의장의 '중립금리와 관련한 발언이라는 점이다.

지난 3일 파월 의장은 한 행사장에서 질의·응답 시간에 "현재는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곧바로 시장의 기대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워 국채금리 급등을 초래했다.

스위트 애널리스트는 파월의 발언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2006년 발언 실수를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취임 첫해에 자신이 인플레이션에 비둘기파적이라고 보는 시장 견해에 "달갑지 않다(unhappy)"고 밝혀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버냉키 의장은 당시 발언을 자신의 "판단 실수"로 규정하고 "미래에는 대중과 시장과의 소통을 정례적이고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만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위트는 버냉키는 당시 경험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어 이후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파월 의장 역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연준, "가던 길 간다" VS "일시 중단"

중요한 것은 연준이 트럼프의 비판과 주식시장 급락 등을 이유로 금리 인상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지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3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지 않다며 금리 정상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연준의 금리 인상에서 16명의 연준 위원 중에 12명이 12월 금리 인상을 지지한 바 있다. 하커 위원은 자신이 나머지 4명 중 한 명이라고 언급해 12월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11일 기준 78%로 전날의 81%에서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스위트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나서긴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이 눈에 띌 정도로 오버슈팅 하지도 않으며 장기 인플레 기대도 연준의 행보를 가속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위트는 그렇다고 연준이 가던 길을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경제가 크게 둔화해야 하는 데 주식시장이 10% 조정을 받을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치며, 장기금리의 최근 급등이 성장을 훼손시키는 수준도 아니라는 것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전날 CNBC에 출연해 주가 하락이 연준의 앞길을 막지 못한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존 론스키 무디스 자본시장 리서치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가가 10% 조정을 받을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가 억제돼 연준의 계속된 통화정책 정상화가 일시 중단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경우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론스키는 내다봤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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