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지난 13일 동시에 신입 행원 필기시험을 치렀다. 금융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리딩뱅크 A매치'라는 말이 나왔다.

오전과 오후로 시험 시간은 달랐다. 하지만 퇴실과 입실 시간 차이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음에도 일부 수험생들은 두 은행 시험을 동시에 치르는 '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 10시부터 서울과 부산 등 5개 지역에 마련된 12개 고사장에서 치러진 신한은행 필기시험에는 1천여 명에 가까운 지원자가 참여했다.

하반기 채용 인원은 200여 명으로 상반기(300명)보다 적지만 취업시즌을 맞아 지원자가 몰리며 고사실이 상반기(10개)보다 늘었다.

신한은행은 '선배' 행원들이 나와 피켓을 들고 지원자들을 응원했다. 입실하는 길에 건네받은 캔커피에 고마워하는 지원자들이 많았다.

흡사 수능시험장 같은 장면도 연출됐다.

이른 아침 자녀의 시험을 배웅하러 나온 부모들은 오전 9시 30분 입실이 마무리됐지만, 교문 앞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광진구 광장중학교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올해 은행들이 많이 뽑는다는 뉴스가 많던데 취업준비생들한테는 여전히 꿈 같은 직장"이라며 "그동안 힘들게 공부했으니 이번에 꼭 붙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12시 30분이 다 되자 닫힌 교문 앞으로 오토바이 30여 대가 모였다. 국민은행 고사장으로 가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이 미리 준비해 둔 퀵서비스용 오토바이였다.

이를 이용하는 비용은 평균 10만 원대.

20km 떨어진 고사장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안전하게 입실하려면 비싼 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지원자들의 이야기다.

운 좋게 가까운 고사장이 배치된 지원자들은 카카오톡 택시와 부모 차량을 이용하기도 했다. 고사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오후에 치러진 국민은행 필기시험 고사장 분위기는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입실에 소요되는 시간을 1분이라도 아껴주려고 자녀보다 부모가 먼저 고사장에 도착해 수험번호와 고사실을 파악하는 모습도 보였다.

퀵을 이용해 도착하고도 입실 마감 시간이 지나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반기 채용이 없었던 국민은행은 하반기 600명의 선발을 예고하며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지원자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됐던 곳이었다.

이날 시험은 서울과 경기, 대전, 광주, 김해, 대구, 부산 등 7개 지역 총 17개의 고사장에서 진행됐다.

신한은행은 2교시로 나눠 NCS직업기초능력평가(75분)와 경제ㆍ경영일반 금융상식 등이 포함된 직무수행능력평가(40분)를 실시했다.

국민은행은 100분간 NCS직업기초능력평가와 직군에 따른 상식평가를 한꺼번에 치렀다.

NCS직업기초능력평가의 경우 두 은행 모두 여전히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시험 유형이다 보니 지원자들이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신한은행은 직무수행능력평가에 포함된 상식의 난도가 상반기보다 낮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국민은행은 논술을 제외한 필기시험이 처음 도입되다 보니 많은 지원자가 어려워했다.

두 은행은 경영ㆍ경제 부문에서 공통으로 보험사의 지급여력제도(RBC)를 물어봤다.

미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 접어든 만큼 시장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리보금리를 묻는 문제도 나왔다.

신한은행은 코픽스와 로보어드바이저, 디마케팅, 통화스와프 등도 물어봤다.

역선택과 승수효과나 채찍 효과, 구조적 실업, 공공재 개념, 유동성 함정 이론 등 고전적인 경제 이론을 묻는 문제들도 많았다.

국민은행은 선진국의 양적 완화 축소 정책이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을 불러오는 현상을 뜻하는 테이퍼텐트럼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물었다.

또 발틱해운거래소가 산출하는 운임지수인 BDI, BMW 사태로 내년부터 도입된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을 일컫는 '레몬법' 등 최근 경제 이슈도 문제로 냈다.

한편, 리딩뱅크 A매치였던 이날 LG와 KT, GS칼텍스, GS리테일,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부산ㆍ경남은행 등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필기시험이 다수 겹치면서 결시생도 꽤 나왔다.

농협은행의 필기시험 때도 SK와 CJ의 채용 전형이 있었다.

오는 20일은 금융 공기업 취업준비생들에게 A매치로 불리는 날이다.

한국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이 동시에 시험을 본다.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이달 28일 필기시험을 치른다.

두 곳의 필기시험을 모두 치른 한 지원자는 "제일 큰 은행인 신한과 국민이 같은 날 시험을 치러 서류전형까지 합격했음에도 고사장 배정에 따라 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복불복이었다"며 "전형이 워낙 많아 필기 당락과 관계없이 일단 면접 준비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신한은행은 상반기보다 쉬워진 반면 국민은행은 처음이라 그런지 좀 더 어렵게 느껴졌다"며 "앞으로 (필기가) 남아있는 곳들도 모두 응시해 꼭 은행에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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