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과도한 것은 언제나 독이 된다." 비닛 말릭 HSBC 이자율 트레이딩 헤드가 지난 4일 기획재정부와 연합인포맥스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5회 KTB(Korea Treasury Bonds)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금리 차에 영향을 주는 기술적 요인'을 설명하면서 강조한 발언이다.

비닛 말릭 헤드는 이날 국민연금기금과 생명보험사 등의 투자자금 등 거의 모든 경제주체가 저축만 하고 있어 한국의 국채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진단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된다면 내외금리 차 역전 폭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정부가 재정 지출을 더 늘려도 된다"고 권고했다.

그는 세미나가 끝난 뒤 사석에서 한국이 재정 지출을 더 늘려도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국채 보다 한국의 국채를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국채가 이머징국가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이 한국의 재정 지출 추가 확대가 일부 남미 국가의 재정 파탄을 따라 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도 그는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의 이자율 헤드가 한국의 재정 지출 확대를 권고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한국 국채를 직접 사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공급 확대 등에도 국채가격 하력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매수 주체가 국채 공급을 확대해도 무리가 없다고 확인해준 셈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긴축적인 재정 기조를 유지해 왔다. 국채 공급 규모도 연간 100조원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60조원 가량은 롤오버 물량이고 실제 공급 물량은 40조원 안팎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순발행 물량 40조원은 수요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공급 물량이다.

국채 수요 사이드로 분류되는 국민연금 기금의 기금운용 규모는 65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투자자산 규모도 2016년 기준으로 600조원이 넘었다. 여기에다 국채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투자자금도 100조원 안팎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긴축적 재정기조가 답답해서 훈수를 두는 보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OECD는 '2015 재정상황 보고서'에서 한국이 2008년 금융위기 전부터 재정여건이 양호했다며 "추가 재정 건전화가 필요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좀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라고 권고했다. 여력이 있으면서도 짠돌이 재정정책을 펼치는 우리에게 일련의 안타까움까지 표시한 것으로 풀이됐다.

유사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춘 우리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의 골짜기에서 신음하고 있다. 재정여력을 가진 우리가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건전성 타령이나 하는 게 옳은 일일까.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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