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제재 경고에 사우디아라비아 증시가 장중 7% 이상 폭락하는 등 사우디의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 타다울 증시는 장중 7% 이상 하락했다가 전날보다 3.51% 하락한 7,266.59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한 주간 5% 이상 하락했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사우디 왕실의 개입이 밝혀지면 "매우, 매우 세차고 아주 강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국과 사우디 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JP모건의 제임스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투자 행사에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혀 사우디와의 거리 두기 움직임에 동참했다.

다이먼 CEO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 주최로 이달 23일부터 사흘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릴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슈끄지 사태로 국제여론이 심상치 않자 이를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이번 사태의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타다울 증시에서 1억6천만 달러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전주 같은 규모로 사우디 주식을 매수했던 데서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사우디 국부펀드 PIF와의 10억 달러 투자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그동안 자국 주가지수가 주요 벤치마크지수에 편입된 것을 계기로 해외 시장 개방에 박차를 가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러한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나코프 파이낸스의 아삼 카사비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는 AP 통신에 "이번 사태가 분명 투자자들을 겁먹게 했다"라며 "사우디는 이제 막 외국인에게 직접 투자를 개방했으며, 그것은 대단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투자자들이 사우디를 탄탄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기가 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이번 사태가 원유시장으로 확전될지 주시하고 있다.

사우디 외무부는 14일 낸 성명에서 "사우디를 깎아내리는 어떠한 행태라도 더 크게 갚아 줄 것"이라며 "사우디 경제는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크고 필수적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성명서에는 구체적 보복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사우디 정부가 소유한 알-아라비야 위성뉴스의 책임자는 사우디가 원유 생산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인 것이 트럼프를 화나게 한다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200달러 혹은 그 두 배로 오를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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