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이후 고용지표가 3개월째 크게 악화하면서 국내 일자리 창출에 있어 기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입장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지금 정부 각 부처에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한 대기업의 국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으로 (기업들을) 지원하는 '서포트 타워(support tower)'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제부터는 일자리 창출은 민간기업이 주체가 되고 정부는 지원기능에 더 주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날 일자리 위원회는 2022년까지 미래 차와 반도체, 사물인터넷 가전,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헬스 등 5대 신산업분야의 신속한 인허가, 규제개선 등으로 적기에 민간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사실 경제학에서는 민간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배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있어 민간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정부는 지원기능에 주력하겠다는 것은 비록 늦었지만 제대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향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기업 주도로 투자만 잘하도록 지원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왠지 불안하고 미덥지 못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민간기업의 투자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 전에 검토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민간기업의 투자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들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시장 공략에 따라 국내보다 해외 현지에 공장을 짓는 투자를 먼저 고려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국내 인건비와 법인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보니 미국처럼 대기업 공장을 국내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 shoring) 정책은 아예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최근 국내 대기업 투자가 국내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대규모 노동 절약적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전환 투자는 과거와 같이 투자확대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주력산업의 고도화나 재편 차원의 전략적 설비투자와 R&D 투자에 일자리 창출 효과와 연계하면 그나마 국내투자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산업재편의 효과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될 공산이 크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최근 기업 투자심리의 위축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민간기업의 투자라는 것이 정부의 민간기업 주도 선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투자하기 좋은 여건이 갖추어져도 민간기업의 투자 결정은 투자에 따른 미래 투자수익과 투자자금에 대한 회수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투자에 따른 불확실성과 투자 리스크가 크면 그 어떤 기업도 과감하게 투자하기 어렵다. 작금의 중국 제조업 굴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엔화와 위안화의 약세, 약자 보호와 분배개선을 앞세우고 있는 정부 시책과 제도개선 움직임, 대기업 지배구조와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강화 등 이 모든 것은 우리 기업들의 투자 결정의 관점에서는 리스크와 불확실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앞으로 국내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향후 일자리 창출에 있어 정부가 민간주도의 투자 활성화에 주목하고 정부는 규제개혁과 투자여건 조성에 주력하기로 한 것은 비록 늦었으나 크게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향후 국내 기업의 투자 활성화는 정부의 규제개혁과 투자여건 조성만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진정으로 맞춤형 기업투자 서포트 타워가 되고자 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일자리 위원회가 취합한 민간기업 투자 프로젝트의 추진에 앞서 할 일이 있다. 우리 기업이 현재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추진하고, 그러한 투자를 통해 미래 어떤 새로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국내 투자환경 변화와 국내투자 여건이 국내 기업들의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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