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이례적이고 평소답지 않게(uncharacteristically) 낙관적이란 진단이 제기됐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 주식시장의 붕괴까지 이어졌지만,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채권업계에서 유독 관측되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14일(현지시간) "채권시장 매니저와 전략가들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펀더멘털로 주식과 채권시장의 매도세가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 채권시장에서 제기되는 경기 낙관론

적어도 채권시장의 일반적인 인식은 기업 실적에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채 등 크레디트물의 매도세로 이어진다. 이런 채권 매도세는 기업이 이자 지급을 놓치거나 향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 등이 주식시장에서 현실화하기 전에 나타난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 3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금리가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발언을 내놓자 주가는 하락했지만, 크레디트 채권 여건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채권쟁이는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나오면 항상 매도세가 채권 업계로 확산하는지를 관찰한다. 신뢰 있는 경고음인지를 가리기 위해 주식시장 매도세의 원인을 살피는 셈이다.

배런스는 "이제 그들은 크게 부담이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즈의 미국 기업 고수익 총 수익률 지수에 따르면 2주 전까지 미국 국채 대비 고수익 회사채를 보유하는 데 따라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금리 스프레드)은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축소되어 3%포인트를 겨우 넘었다. 이후 지난 주 들어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7년여 만에 가장 높이 뛰어오르자 이 스프레드도 확대됐다.

제니 몬트코메리 스콧의 조디 루리에 회사채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는 현재의 긍정적인 경제 여건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을 살피고 있는데, 다음 경기 침체가 언제가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며 "향후 지속적인 매도세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은 크레디트물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는 이것을 손쉽게 수익을 내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등급 회사채와 국채 간의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됐지만, 향후 스프레드 축소에 베팅하며 투자자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최근의 시장 혼란이 회사채 시장에서는 새로운 베팅 기회가 됐다는 뜻이다.

루리에 애널리스트는 "오늘날 거대한 포트폴리오와 대규모 포지션을 가진 기관 투자자가 많다"며 "이들 자금의 상당수는 고금리 채권 ETF와 같은 상품에 쏟아진다. 이것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 "증시 매도는 금리 상승을 수학적으로 따라간 것"

BOA메릴린치의 크레디트 부문 전략가도 비슷한 낙관론을 내보였다.

주식이 고등급 크레디트물보다 수익이 떨어지지만, 향후 크레디트물 매도세 등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BOA의 설명이다.

이 기관은 "연초 글로벌 통화정책의 긴축에 따라 고등급 크레디트물이 주가보다 실적이 저조했다"며 "주식시장은 이런 정책 변화를 대부분 무시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지난여름에는 글로벌 통화정책에 민감한 자산군, 예를 들어 고등급 회사채 등이 긴축 우려를 반영하며 조기 경보를 울렸다"며 "주식시장은 그런 경고음을 듣고 지난주 급락하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BOA는 "금리 상승은 결국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크레디트물의 약세는 지나갈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요의 짐 카론은 "(지난주) 국채 금리가 먼저 움직인 뒤 주식이 따라갔다"며 "주식 매도세는 대부분 수학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무위험금리 기대치의 상승을 주식시장이 합리적이고 수학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시장의 이런 하락세는 일시적이고 조정에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것은 중기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 비관적인 목소리도 여전히 있다.

블랙스톤 그룹의 크레디트 헤지펀드 GSO 캐피탈 파트너스의 드와이트 스콧 회장은 "금리 상승은 투자자가 채권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위험 요인에는 완연한 무역전쟁, 심각한 예산 교착과 같은 정치적 혼란 등이 포함된다"고 예측했다.

이 헤지펀드는 포트폴리오 내 고금리 채권 비중을 5% 미만으로 낮추었지만, 레버리지 대출 사업 등은 50%가량으로 확대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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