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월가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만 잔칫상에서 배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했다며 세계 제일의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이 있었겠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BOA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BOA가 월가의 경쟁자들과 달리 각종 딜이 늘어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올해 1~9월의 투자은행 매출이 2010년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JP모건 등의 투자은행 매출이 2010년 대비로 50% 이상 급증한 것과 비견되는 결과다.

BOA는 인수·합병(M&A)이나 증권 발행 등보다 당좌대출 등을 통한 수수료로 더 큰 수익을 내는 상태다.

BOA의 투자은행 부문은 단 한 번도 은행 전체 매출의 7% 이상을 차지하지 못했다.

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CEO는 소매 금융과 기업 대출 등을 중심으로 은행을 경영하고 있다.

다만, 경영진들은 투자은행 부문을 키우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다.

BOA의 톰 몬타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투자은행 부문에서 3위 은행이 되려 한다"며 "영업망이나 플랫폼 등에 비춰봤을 때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BOA는 2016년에 투자은행 매출 기준으로 2위에서 3위로 내려왔고 올해 4위를 기록 중이다.

신문은 BOA가 유능한 스타 은행가를 배출하기보단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등에 업고 끈끈한 관계를 통해 수익을 내는 분위기라면서 많은 전현직 BOA 경영진들은 직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은행이 독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경영진은 은행의 보수성향이 실적에 연동해 막대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투자은행가들에 족쇄로 작용했다고 꼬집었다.

BOA가 보수적인 탓에 투자은행 부문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모이니헌 CEO는 지난 7월 투자은행 매출이 부진하게 나오자 애널리스트와 M&A 팀에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평가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BOA의 올해 M&A 매출 순위는 제프리스, 바클레이즈에 뒤처진 8위로 조사됐다. 상당 기간 압도적인 지위를 누린 부채 자본 부문에서도 밀려나는 추세다.

2017년 이후 은행을 떠나 경쟁사로 자리를 옮긴 매니징 디렉터는 무려 28명으로 도이체방크만이 BOA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BOA는 해당 기간에 49명의 매니징 디렉터를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BOA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직원들이 받는 제약이 많다며 모이니헌 CEO가 경쟁사인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와 달리 개인적으로 굵직한 딜에 관여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직원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2012년 말 BOA는 240억 달러 규모의 델 바이아웃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JP모건의 제임스 다이먼 CEO는 개별적으로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BOA의 한 고위급 인사가 모이니헌 CEO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했으나 그는 이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JP모건이 델과 자문 계약을 맺었고 BOA는 다른 3개 회사와 금융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또 BOA는 2015년 폴크스바겐이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난관에 빠졌을 때 대출을 제안했으나 모이니헌 CEO가 명성이 훼손된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씨티그룹을 비롯한 다른 은행이 대출을 주도했고 BOA는 부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쳤다.

BOA 대변인은 모이니헌 CEO가 1년 내내 수백 명의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다며 그의 보수적인 경영 방식이 투자은행 부문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형은행의 투자은행 부문 매출 추이 ※출처: WSJ>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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