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개청 이래 첫 단독 국정감사가 진행된 통계청에서는 가계동향조사 개편에 따른 국가통계 신뢰도 논란이 불거졌다.

통계청이 추진하는 가계동향조사 개편안이 2년 전 폐기했던 조사방식과 유사하고 당초 폐지하기로 했던 가계동향조사 소득 조사를 부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의혹의 근거다.

가계소득을 분기별로 조사하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점, 국가통계위원회의 승인 등 관련 절차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보고가 이뤄지는 등 절차상의 하자도 거론됐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개편은 과거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며 소득동향조사의 필요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대응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영석 의원은 1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가계동향조사 소득 조사 개편과 관련해 "불과 2년 전 (통계청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해서 폐기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윤영석 의원은 "2016년 통계청 발표를 보면 가계부 기장방식은 가구의 응답 부담이 매우 높은 36개월 연속 가계부 작성 방식으로 지출과 소득통계가 생산되는 독특한 조사방식이다"며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개편에 문제를 제기했다.

가계동향조사를 개편하더라도 정확한 소득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통계청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기존 가계동향조사는 문제 개선 어렵다"며 "과소보고도 많아 표본을 바꾼다고 개선되기 어렵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개편이 청와대의 지시로 졸속 추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성식 의원은 "작년 10월 청와대 행정관이 통계청 과장에게 보낸 이메일이 있다"며 "저 이메일이 오면서 통계청은 부랴부랴 (가계동향조사 소득조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 이메일이 오기 이틀 전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국회에 출석해 가계동향 조사 폐지에 대해 동의하며 국세청 행정자료를 통계청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준 국회에 감사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분기별 가계소득 조사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점과 국가통계위원회의 승인 등 절차적 과정에서 하자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은 "가계소득동향 조사를 분기별로 하는 세계 나라가 있나"고 질의하며 "조사가 안 된다. 제대로 하려면 국세청 통계나 보건복지부 연금통계를 이용해서 해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가계동향조사 폐지하기로 한 것은 국가통계위원회에서 의결했다"며 "새로 시작하는 것도 의결해야 한다"고 절차상의 문제를 꼬집었다.

통계청은 통계 조사에서부터 발표까지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점을 들어 신뢰도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방어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통계청이 통계의 기획단계에서 조사, 공표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공개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의 질의에 대해 "그렇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계가 왜곡되거나 분식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가계동향조사 개편이 과거 방식으로 회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36개월간 지속해서 가계부를 적게 하는 것은 이례적인 게 맞다"면서도 "6개월 작성 후 6개월을 쉬고 다시 6개월을 작성하게 하는 6-6-6방식으로 (조사자의) 응답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 이탈을 적게 하는 방식으로 새로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강 청장은 폐지하기로 했던 가계동향조사를 존속시키기로 한 것은 소득동향 조사에 대한 정책수요를 고려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 대체할 수 없는 정책수요가 가계동향조사에 있다"며 "대표적인 게 지출과 소득의 연계다. 계속 생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통계위원회의 승인에 대해서는 "지난 10월 5일 분과위에서 의결했고 본 위원회 의결을 못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신욱 청장은 관리물가가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수준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조지표 설정 등을)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수준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소득계층별 물가지수 산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spna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