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미국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 계획대로 기준 금리 인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진다면 금리 역전 폭 확대가 부담스러운 한국 채권시장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1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연준의 점도표상 미국의 내년 금리 인상 횟수는 3번이다. 금리 인상 기조는 내후년까지 이어져 2020년 말에는 금리가 3.4%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 경제가 현재와 같은 호황을 이어가기 어렵고,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성장세는 올해 2분기까지가 고점"이라며 "향후 추가적인 (경기) 상승의 탄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의 구매력 저하 가능성과 무역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늘어 전망치인 0.7% 증가를 큰 폭으로 하회하기도 했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점도표상의 (내년) 금리 인상은 3번이지만, 2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 횟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한국 채권시장에는 긍정적"이라며 "채권시장으로서는 한 숨 돌릴 수 있는 이벤트"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도 "미국의 장단기 금리 간격이 좁아 연준이 금리를 지나치게 긴축적으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약화는 경기의 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한국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달리 한국 경제 전반에는 부정적이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 경제는 미국의 경기 둔화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얼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경기 둔화는) 한국 경기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경제의 모멘텀 약화가 오히려 한국 경제에 이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 상대적인 모멘텀 약화 현상을 나타내는 정도라면 글로벌 경기에 매우 긍정적"이라며 "달러가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달러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 이외 지역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유동성 과잉을 촉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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