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국내에서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에 걸맞은 공시체계 개선 등의 투자자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전환사채시장의 활성화 과제' 보고서에서 "현재 국내 전환사채 시장이 대부분 사모로 발행되고 있어 적절한 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장 투명성에 제약이 존재하고 기존 주주 보호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환가격 하향 조정(리픽싱) 제도는 기존 주주가치의 희석화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환사채는 발행 이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최근 코스닥벤처펀드 도입에 따라 전환사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2013년 전환사채 발행 규모는 2천455억원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3조7천267억원으로 급증했다. 2017년 발행 규모가 다소 줄었다가 올해 들어 9월까지 3조3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증가했다.

올해들어 전환사채 발행이 다시 늘어난 것은 코스닥벤처펀드 도입과 관련이 있다. 코스닥벤처펀드의 경우 벤처기업 신주 또는 메자닌 채권을 15% 보유하는 경우 코스닥 공모주 30% 우선배정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전환사채 발행기관 중 코스닥시장 소속 기업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전환사채 발행 중 코스닥 기업 비중은 59.8%였고 올해 9월까지는 코스닥 비중이 68.0%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발행된 전환사채의 경우 99.9%가 사모로 발행됐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사모 전환사채는 기존 투자자 보호에 취약점이 존재할 수 있다"며 "발행에 대한 공시가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기존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3자배정 배제 원칙이 작동하지 않아 기존 주주 보호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잦은 리픽싱으로 기존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전환사채는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전환가격을 재산정할 수 있다. 이는 전환비율에 영향을 미쳐 기존 주주의 이해를 해칠 수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한 공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며 "기존에 발행된 전환사채를 포함한 누적 발행현황을 공시하는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고, 사모 전환사채의 경우에도 납입기일 1주일 전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리픽싱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리픽싱 횟수와 기간, 한도 등에 대한 제한 규정을 도입해 과도한 리픽싱으로 인한 기존 주주의 희석화 문제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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