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공정거래법상 금융사 지분 처리해야

금융사 지분 2조3천억원…매각하면 재무부담 완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롯데그룹 지주사회사인 롯데지주의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2조원을 단기차입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롯데지주가 금융회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재무부담을 줄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지주가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기 위해 금융회사 지분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지주가 금융회사를 외부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진행하면 재무부담 완화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롯데지주, 차입금 3조원 넘어…롯데케미칼 지분 매입 영향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별도기준 올 상반기 롯데지주 총차입금은 8천455억원이다. 아직 올해 3분기 재무상태표를 공시하지 않았으나,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2조원 가량을 차입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앞서 롯데지주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2조3천500억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같은 날 롯데지주는 롯데건설 지분 전량(275만9천808주)을 2천33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지주는 이를 활용해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 796만5천201주(23.24%)를 매입했다. 이로써 지난 12일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최다출자자가 됐다. 공정거래법 제2조 1의3에 의거해 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요건도 충족했다.

약 2조원의 차입과 롯데건설 지분매각을 고려하면 롯데지주 총차입금은 8천455억원에서 3조1천955억원으로 증가한다. 차입금 의존도는 11.3%에서 32.6%가 된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을 편입하면서 유통·식음료 부문에 집중됐던 사업포트폴리오가 화학부문으로 확대됐다"며 "다만 롯데케미칼 인수자금 대부분을 금융기관에서 차입해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 금융사 매각자금으로 차입금 상환 전망…재무 개선폭 주시

이처럼 롯데지주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롯데지주가 금융회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지주는 공정거래법을 지키기 위해 금융사 지분을 처리해야 하는 상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순수 일반지주회사인 롯데지주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롯데는 2년 이내 금융회사를 정리해야 한다. 롯데 지주사 체제는 지난해 10월 1일 출범했다.

롯데가 지주사 체제 내에서 소유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이비카드, 마이비, 한페이시스, 부산하나로카드, 경기스마트카드, 인천스마트카드 등이다. 지주사 체제 내 롯데 계열이 아닌 금융회사도 있다.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지주, 스팍스자산운용 등이다.

시장에서는 금융사 지분을 2조3천억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금융회사 매각 시기, 방법, 현금유입 규모 등이 정해지지 않아 롯데지주 재무구조 개선 폭이 얼마나 될지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송민희 한신평 연구원은 "롯데지주가 금융회사를 외부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계열사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진행하면 재무부담 완화 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며 "롯데지주가 추가적으로 계열사를 편입하거나 계열사 지분을 확대하면서 자금 소요가 늘어날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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