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눈뜬장님 신세가 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위험한 금리 인상을 감행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15일(미국시간) 마켓워치 기고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북극성', 즉 정책 결정에 참고할 각종 가늠자를 잃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경제 성장률이 3%에 가까워졌고 실업률은 1969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며 물가 상승률은 연준의 목표치인 2% 수준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이 이런 여건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며 눈을 크게 뜨고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모리치 교수는 강조했다.

문제는 파월 의장에게 믿을 만한 물가, 적정 금리, 불황의 척도가 없는 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모리치 교수는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나침반'이 사라졌다며 필립스곡선이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립스곡선은 실업률이 떨어지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이론이지만 최근 실업률이 낮아지는 데 반해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현재 경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파월 의장의 말대로 필립스곡선이 죽었다기보단 쉬는 중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살아있지만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모리치 교수는 파월 의장에게 'R스타(R*·R-Star)'라는 '북극성'이 있지만 더는 한 자리에서 빛나는 별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R스타'는 중립금리를 일컫는 말로 물가 상승을 부추기지 않으면서 잠재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그는 과거보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본이 줄었고 중국과 독일 등 경제 대국이 10여 년 동안 축적한 경상 흑자와 저축을 해외 투자로 돌리고 있다며 자본의 초과 공급으로 중립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장기 인플레이션이 2%인 경우 명목 중립금리는 3%를 소폭 밑도는데 연준이 기준 금리를 세 번만 더 올리면 이 수준에 도달한다는 게 모리치 교수의 주장이다.

기준 금리가 중립금리를 웃돌면 경기 회복세가 꺾일 수 있지만 파월 의장이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모리치 교수는 또 파월의 카나리아도 도망갔다면서 경기 침체를 경고해 온 수익률 곡선도 예전만 못하다고 평가했다.

카나리아는 과거 광부들이 탄광 속 일산화탄소를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이용한 데서 유래한 말로 위험을 미리 알게 해 주는 신호를 의미한다.

그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와 만기가 30일 이내인 국채 금리의 격차가 100bp로 줄었다며 미래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입장이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최근 장기 금리가 달러 자산 선호 현상 등 미국 경제와 관련이 없는 변수에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어 곧이곧대로 불황의 신호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리치 교수는 연준의 분석에도 한계가 있어 할 수 있는 것은 물가를 면밀히 살피는 것뿐 이라고 말했다.

그는 1950년대에 실업률이 3%를 밑돌았다며 인플레이션 없이 실업률이 현재 수준인 3.7%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모리치 교수는 중립금리가 3%를 웃돌기 어렵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밝힌 대로 통화 정책을 운용한다면 기준 금리가 2020년에 중립금리를 크게 웃도는 위험한 일이 펼쳐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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