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지난 3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은 오는 19일 발표될 예정인 중국의 3분기 GDP와 9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등 무역전쟁과 관세 부과가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여줄 지표들에 주목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3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6.6%로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성장률은 6.7%를 나타냈다.

지난 12분기 동안 중국의 전년동기대비 GDP 성장률은 6.7~6.9%의 좁은 범위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성장률이 소폭 둔화하는 것은 중국의 장기 둔화세의 시작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다 GDP 확대의 3가지 동력인 투자와 소비지출, 수출이 모두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진단이 맞는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부채 축소와 심지어 스모그 억제까지도 뒤로 미뤘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이미 무역전쟁 후폭풍을 관리하고자 재정 지출을 가속화하고 완만한 통화 완화정책에 나서는 등 '방어적' 정책 모드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신호와 함께 압박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확대하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연착륙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내년"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중국의 GDP 성장률이 6.2%로 낮아질 것이라면서 중국이 미국보다 무역분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6.6%로 떨어져도 중국 정부의 목표치 6.5% 수준에서는 벗어나지 않겠지만, 달러화 기준으로 보면 성장률은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위안화는 3분기에만 달러화에 4% 떨어졌기 때문이다.

싱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 중국의 수출이 14.5%나 증가하고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지만, 이는 수출업체가 관세 부과에 앞서 선적을 앞당겼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성장률의 한 축인 내수 지표도 둔화 조짐을 보였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동기대비 5.3% 증가해 지난 1995년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10년 전 이 지표는 25%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률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2008년과 같은 전면적인 부양책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당시 대규모 부양책으로 중국은 엄청난 빚을 쌓았기 때문이다.

가베칼의 첸 롱 애널리스트는 이달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은행권에 1천100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한 것을 포함한 중국 정부의 정책은 '부양책보다는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지출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도 최근 몇 달 사이 한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는 데 그쳤다.

코메르츠방크의 저우 하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이미 주기적 경기둔화에 빠졌다면서 미국과의 무역분쟁 격화로 미래에 대한 중국인들의 기대가 어두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가 성장률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는 너무 지나치다"면서 중국의 소비자들은 이미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경기가 활황을 보였던 지난 수년 사이 과도한 지출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 경제의 실제 상황이 공식 지표가 보여주는 것보다 더 암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통계국이 공식 지표를 '다듬어' 실제보다 더 좋은 것처럼 만든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공식 지표에서는 경기 둔화세를 많이 보지 못할 것이며 앞으로 수분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자체 집계한 지표를 보면 중국 경제는 "1년 전 6% 수준에서 지금 5%로 둔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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