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 2016년도 공개채용에서 최고 점수를 받고도 탈락한 응시자 A 씨와 관련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조직 내부가 들끓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13일 금감원이 A 씨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도 추가 채용 절차가 남아있었다는 이유로 채용에는 선을 그었지만, 오히려 금감원 내부에서 A 씨를 채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채용비리 논란이 퍼지며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피해자 구제와 관련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금융업종 게시판과 금감원 게시판에서 각각 별도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A 씨를 채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둘 다 높은 가운데, 금감원 게시판에서 채용을 요구하는 답변 비중이 훨씬 높았다.

현재 금융업종 게시판에서는 215명까지 진행된 조사 결과 '탈락자를 채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66.5%(143명), '채용은 무리다'는 의견이 33.5%(7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감원 게시판에서는 124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위자료를 지급할뿐더러 신체검사와 신원조회에 문제없을 시 채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83.9%(104명), '위자료를 지급하면 채용할 필요 없다'는 의견이 16.1%(20명)로 집계됐다. 현재 해당 설문조사 결과는 삭제된 상태다.

이처럼 금감원 게시판에서 오히려 A 씨에 대한 채용 요구가 높게 나타난 것은 그만큼 조직 내부에서 자성의 분위기가 높기 때문이란 의견이 나온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직원들도 민사 판결문을 보고 2016년도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 조작 등의 비리가 있었단 사실을 접했다"며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직원들조차 조직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도 지난 15일 성명서를 내고 "직원들의 자괴감과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금감원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손해배상과 특별채용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채용비리는 감사원이 지난해 9월 '금감원 기관운영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드러났다.

금감원은 2016년도 금융공학분야 신입 공채에서 당초 계획에 없던 평판(세평) 조회를 A 씨 대상으로만 실시해, 이를 최종 평가에 반영했다.

이로 인해 최종면접에 오른 3명 중 필기시험과 1·2차 면접 합산 점수가 가장 높았던 A씨가 탈락했고, 점수가 가장 낮았던 B 씨는 전 직장경력이 있음에도 세평 조회를 하지 않은 채 합격했다.

또 B 씨는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방 학교를 졸업했다고 지원서에 기재한 사실이 채용 과정에서 드러났는데도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 채용공고에 따르면 지원서 기재 내용이나 제출서류가 사실과 다르거나 허위로 판명되면 합격 취소에 해당한다.

검찰 수사 결과 B 씨는 "아빠가 아는 사람이 금감원 부원장", "좋은 소식이 있을 것" 등의 문자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2부(오성우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A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 "금감원이 A 씨에게 손해배상금 8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종면접 이후에도 추가절차가 남아있었다는 이유로 A 씨의 재채용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서울남부지법에는 2등으로 탈락한 C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어서 올 연말 배상 판결이 한 차례 더 나올 전망이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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