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주주권 행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금융당국이 지배구조에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주로서 경영상 중요 사항인 우리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과정에서 정무적 감각을 갖추고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며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회장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우리금융 회장 선출이나 회장직과 행장직 겸직 문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이미 정해져 있다"며 "우리금융 지배구조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대주주로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우리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 참여하려는 것은 경영상 중요 사항인 CEO 선임에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배임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우리은행 지분이 18.43%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금융당국이 주주권 행사 차원에서 우리금융 지배구조에 개입할 경우 회장직과 행장직은 분리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출자 한도 증가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가능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제공, 통합 고객관리, 계열사 연계 서비스 및 다양한 복합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지주 체제로 전환한 후 증권과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수익성 높은 다양한 업종에 진출해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우리은행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무적 감각을 갖추고 계열사 전체를 통솔할 회장이 행장과 별도로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입장이 과점주주들의 의견과 배치될 경우 이사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관심거리다.

우리은행은 IMM PE와 동양생명, 한화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구성된 7대 과점주주의 지분이 총 27.22%로 예금보험공사 지분보다 많다.

여기에 손태승 우리행장의 회장 겸직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우리은행 노동조합도 5.36%를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최종구 위원장은 "아직 18% 이상의 지분을 가진 정부로서는 당연히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은행 경영에 대해 개입한다기보다 저희가 아직도 해야 할 큰일 중 하나가 우리은행이 최대한 경영이 잘 되게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은행 이사회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 역시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일단 회장과 행장 겸직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로 회장 후보를 먼저 정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회장 후보 모집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가 이 자리에 참석할 경우 이사 간 논의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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