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관련 법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은 것 외에도, 대미 무역흑자를 지속 줄여나간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한 것도 환율조작국 문제에서 우리나라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18일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10월 환율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최근 1년 간(지난해 7월∼올해 6월) 대미 무역(상품수지) 흑자는 210억 달러였다.

2015년 교역촉진법상 심층 분석대상국 요건 가운데 하나인 '대미흑자 200억 달러 초과' 기준을 조금 웃도는 데 불과했다.

특히 2015년 283억 달러에서 2016년 276억 달러, 2017년 230억 달러, 2018년 하반기 210억 달러로 꾸준히 흑자 규모를 줄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정책 목표가 사실상 무역적자를 줄이려는데 있음을 고려하면, 미국이 우리나라를 종합무역법상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실익도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은 주먹구구식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숫자가 제시된 교역촉진법과 달리 혹시나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미흑자가 감소한 것은 자동차 수출이 줄었고 에너지 수입이 증가한 데 있다.

대미 무역흑자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줄어든다면, 내년 상반기 환율보고서상에는 기준이 되는 200억 달러를 밑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 번째 심층 분석대상국 요건인 경상수지 흑자도 국내총생산(GDP)의 4.6%로 3% 요건을 웃돌았지만 2015년 8%에서 2016년 7%, 2017년 5.1%로 지속 비중이 줄었다.

세 번째 요건인 시장 개입 추정 규모는 GDP의 0.3%(41억 달러)에 불과해 여전히 2%를 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대규모 현물환 매수 개입을 했지만, 이후에는 선물환 포지션을 줄임에 따라 개입 규모가 상쇄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2016년 상반기부터 나온 교역촉진법상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6보고서 연속으로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외환시장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한 방침도 환율조작국을 피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 정부가 환율 개입 관련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포함해 외환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1년까지는 6개월마다, 이후부터는 3개월마다 외환 순매수 규모를 밝히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이어가면서 국제사회 요구에 부응하려 노력한 점에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타깃인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평가받지 않은 것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은 교역촉진법의 현저한 (3천900억 달러) 대미 무역흑자 한가지 요건으로 관찰대상국에 오른 데 그쳤다.

중국과의 관세갈등이 격화하고 있더라도 환율조작국 문제는 결정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무기라는 점에서 뜸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굳이 커다란 시장 불안을 야기하지 않겠다는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한편, 중국은 1992년 5월부터 1994년 11월까지 환율조작국에 지정된 바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한 전문가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종합무역법의 환율조작국이 될 수 있었지만, 미국은 카드를 아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