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자본비율이 높은 은행권이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도 좀처럼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시장에선 자사주 매입 기대가 높지만, 은행권은 자본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18일 연합인포맥스 주식 성과분석(화면번호 3145)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올해 들어 17.19%, 하나금융지주는 12.44% 하락했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12.15% 하락한 데 비하면 상대적인 낙폭이 크다.

우리은행은 3.80% 올랐지만 전일 1만6천350원에서 마감되며 주식매수청구 예정가격 1만6천79원 부근에서 맴돌고 있다.

은행권 주가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데 따라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높은 자본비율은 이같은 기대를 뒷받침한다.

상반기 말 기준 KB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4.6%, 하나금융은 12.9%였다.

지난달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발표하면서 2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의결한 신한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 13.0%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

우리은행은 보통주 자본비율이 11.2%로 낮은 편이지만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주가 부양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러나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은행은 아직 자사주 매입에 나설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

올해 안에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KB금융은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매입 가능성은 열려 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이 없어서 올해 안에 매입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재무적 지표는 여력이 충분하지만 지난해 결정한 자사주 매입이 올해까지 지속해온 만큼 또다시 (재무) 부담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지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입한 자사주에 대한 활용 방안 또한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지난해 11월 주가 안정을 위해 3천억 원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바 있다. 2016년 이후에만 세 번째 자사주 매입이었다.

하나금융은 올해 중간 배당을 한 데 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후 주주 환원 정책의 하나로 주당 400원의 중간 배당을 했다.

올해 상반기 중간 배당을 한 코스피 상장사는 31개사로 하나금융은 은행주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올해 중간 배당을 했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까지 나설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보다는 보유 자본을 다른 금융지주 대비 취약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사용하는 편이 주주 가치를 더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전까지는 재무비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초 지주사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인가 문제 때문에 자본비율을 현 상황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자사주 매입은 자본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