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crazy' 'loco'(미친), 'out of control'(통제 불가능), 'too cute'(깜찍하다) 'ridiculous'(우스꽝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내뱉은 단어들이다.

미국 대통령이 대놓고 독립성이 보장된 연준의 통화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앞서서도 "연준이 하는 일(금리 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에는 이런 원색적인 단어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경질하지는 않겠지만…"이라며 압박의 강도를 더 높였다. 요즘에는 방송 인터뷰, 백악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아침, 저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은 저격하고 있다.

왜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공적(功績)은 경제 호조다. 미국인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우리의 농부들과 우리의 노동자들, 우리의 기업들'을 잘 먹고 잘살게 만들어주고 있다.

또 미국 경제는 100년 만에 가장 좋아 드디어 '위대한 아메리카'가 돌아왔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2%)이 실업률(3.9%)보다 높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케빈 하셋은 "올바른 숫자는 100년이 아니라 10년"이라고 이를 정정했다)

그런데 공적 중에서도 최대 치적(治績)인 주가가 급락하자 화풀이 대상을 연준으로 삼았다. 물론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주가가 급락한 것은 사실이다. 주가 급락의 도화선 역시 파월 의장의 "현재는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발언이다.

이토록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체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확인했다.

연준 의장 해임은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법은 다소 모호하다. 1935년에 개정된 연방준비법은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근거(for cause)에 의해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근거에 대한 정의는 없지만, '무능, 직무태만이나 업무상 불법 행위' 정도로 여겨진다.

과거에도 연준 의장을 경질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1965년 린던 존슨 대통령은 당시 연준 의장과 싸운 뒤 의장을 해고할 수 있는지 자문했다.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정책적인 불일치가 해고에 대한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충고했다.

또 뉴딜 시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역시 자신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준 의장을 해임하려 했다. 의장이 계속 일하기를 원해 대법원까지 회부된 이 사건은 백악관이 어떤 이유로든 해고할 수 없는 관료에 연준 의장이 포함되면서 결론이 났다.

꼭, 이 때문만은 아니다.

파월 의장은 누구도 아닌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임명한 인사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연준 이사회 7명 중 6명을 새로 지명하거나 재지명하는 드문 기회도 누렸다.

이사회에 충분히 정치적인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인물을 앉혀 정책 조정을 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이들은 대부분 비 이데올로기적인 정책 전문가다. 제롬 파월 의장부터 최근 부의장에 지명된 리처드 클라리다와 이사로 지명된 미셸 보우먼 등은 모두 연준의 독립성을 해칠만한 인선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나는 거기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사람도 몇몇 넣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말로 불만을 표하지 연준을 건드릴 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 연준을 향해 짖기만 하지 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앨런 블린더 전 연준 부의장은 "트럼프가 짖는 것은 실제 문 것보다 훨씬 나쁘다. 트럼프는 거의 한 번도 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과거 말 폭탄이나 주고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기에 이도 확신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있다. 짖음이 때마다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불확실성 말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증시 한 번 꺾이자 연준의 긴축기조에 화살을 돌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포석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 재선 때는 어찌 될지 벌써 걱정이다.

저명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일찌감치 연준의 독립성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2020년 즈음 시험에 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경우 "2019년과 2020년 그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급격한 금리 상승과 때 이른 실업 증가, 그의 아름다운 증시가 붕괴할 가능성일 것"이라며 "결정적 시기에 연준이 자랑하던 독립성은 대부분 사람이 인식하던 것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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