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줄곧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이를 피한 이유는 미국 재무부가 외환시장에 대한 인민은행의 직접 개입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절하됐지만, 이것이 인민은행이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몇 달 사이 위안화가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라면서 "6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7%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무역가중 바스켓 통화 대비로도 6% 가까이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근래 몇달 사이 위안화가 절상됐을 때를 포함해 외환시장에 대한 올해 중국의 직접 개입은 제한적인 것으로 재무부 실무진은 추정했다"면서 "밸류에이션 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누적 인민은행의 순 환시개입은 사실상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재무부는 이어 지난여름 이후 중국이 역주기요소를 도입해 일일 기준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행정적 조처에 나서는 등 위안화의 절상을 막기위한 여러 조처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조처를 도입하는 대신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하 압력을 막기 위한 개입은 억제했다고 재무부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 국유은행의 외환 매도 규모는 완만한 수준에 그쳐 위안화 절하 압력을 막는데 도움이 됐다"면서도 "중국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개입을 통해 절하 압력에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환율을 '조작'했다는 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막대한 절하 때문에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한 것이다.

이번 환율보고서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기회를 4번이나 놓치게 됐다.

2016년 이후 10월 보고서 이후 중국은 환율조작의 3가지 평가 기준 가운데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 기준만 들어맞았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4개분기 누적 3천900억달러로 그 다음으로 많은 멕시코(730억달러)나 일본(700억달러), 독일(670억달러) 등에 비해 5배 이상 많다.

또 다른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은 0.5%에 그쳤다. 기준치는 3% 초과 여부다. 다른 관찰대상국인 스위스(10.2%), 독일(8.2%), 한국(4.6%)에 비해서 크게 낮다.

순 외환매수 규모는 지난 4분기 기준으로는 10억달러, 2분기 기준으로는 60억달러로 집계됐다. 세번째 기준은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개입이다.

공공시민세계무역감시의 로리 월러크 디렉터는 AP통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확실한 선거 캠페인은 첫날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언한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장관은 어떤 조처도 이뤄지지 않도록 이전 행정부가 만든 기준에 의지하는 것을 택했다"고 말했다.

미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셋서 연구원은 "미 행정부가 현명하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적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에 계속해서 중점을 두기를 원한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은 최근 환율조작이 중국을 둘러싼 이슈만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더 심한 무역갈등은 피했지만, 이번이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ING의 비라지 파텔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규칙을 깨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면서 "사실상 중국에 환율조작과 관련해 '옐로카드'를 준 것"이라면서 "마지막 경고와도 같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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