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가 내년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이 평가 항목에 오르는 방안이 추진된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현재 이 같은 정성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정량평가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등 금융사의 재무 지표를 들여다보는 것이라면, 정성평가란 금융사 경영진을 상대로 한 인터뷰와 현장 검사·자료 검토 등을 통해 기업이 지닌 위험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정성평가 방식을 통해 금융사 이사회가 그룹 전체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위험 관리 정책을 업무에 적절히 반영하는지와 위험 관리 측정 및 감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금융사 CEO를 비롯한 위험관리자의 경영·관리 능력도 평가 항목의 하나로 포함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의 위험 관리 수준을 특정 수치가 아닌 전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취지"라며 "이사회 논의 내용을 분석하거나 사내 직원들에게 묻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금융사 CEO 요건으로 '금융 분야의 전문지식 및 풍부한 업무 경험과 공정성, 도덕성 및 신뢰성을 바탕으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란 내용을 넣은 데 이어 금융사 CEO의 자격요건이 더욱 강화되는 셈이다.

금융사가 위험관리체계 심사에서 합격점을 받으려면 이 같은 정성평가 항목의 중요성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이위험 평가'에는 수치로만 파악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아서다. 전이위험은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이위험을 들여다보기 위해선 그룹 대표회사가 여러 계열사 간 이해 상충 관계를 충분히 고려해 의사 결정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 같은 항목은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정성평가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에서 정성평가를 강조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중소·서민금융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법제화의 주요 쟁점' 정책심포지엄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에서 정성평가가 이뤄지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이 선임연구위원은 "전이위험 평가에서 계량지표보다는 정성적 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체크 리스트식 감독보다 평가과정이 미비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 집단이 동반 부실해지는 위험을 막고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내년 도입될 제도로, 금융자산 5조 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이 적용 대상이다.

복합금융그룹은 그룹 내 대표회사를 중심으로 통합위험관리를 시행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자본 적정성과 추가 필요자본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위험과 전이위험을 평가한다.

현재 금감원은 시범운영을 위해 지난 8월 롯데를 시작으로 9월 현대차·DB, 10월 삼성·한화·교보, 11월 미래에셋 등의 일정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조사 내용을 반영해 금융그룹 자본규제 최종안을 확정하고 올해 안에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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