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월가 투자은행(IB)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실종 및 피살 의혹으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악화할지 주시하고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블랙록의 래리 핑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최고경영자(CEO)가 각각 23~25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불참을 선언하며 국제사회의 사우디 비난 여론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들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CNN은 16일(현지시간) 월가는 사우디의 경제 변혁에 주요 자금줄이 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들의 이해관계가 긴장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를 개혁·개방하기 위해 경제 개혁 프로그램인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서방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왔다.

이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곳이 바로 월가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의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에 미국계 월가 은행들이 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러 차례 연기되고 있으나 현재 아람코의 IPO 자문단에 언급된 미국계 금융기관은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부티크 투자은행 모엘리스 등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에 아람코의 뉴욕 상장 유치를 압박하는 등 아람코의 상장은 미국과 상당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다.

빈살만 왕세자는 아람코를 오는 2021년까지 상장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람코의 가치는 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상장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IPO가 될 전망이다.

프리먼 컨설팅 서비스의 제프리 나조프 디렉터는 사우디 정부는 서방 기업보다 더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투자은행들에는 사우디에서의 미래 사업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은 정부와의 관계 발전을 위해 사우디 관련 사업에 열심히 뛰어들고 있다"라며 "이러한 관계는 미래 기업적, 상업적, 소매 은행 부문의 성장에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은행들은 2016년부터 국제 채권 자본시장에서 달러채를 발행하기 시작한 사우디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2년간 달러 채권 520억 달러어치를 발행했으며 이를 지원한 것이 바로 월가 은행들이다.

2010년 이후 HSBC와 JP모건,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등이 사우디 고객들의 인수합병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받은 수수료만 2억9천500만 달러에 달한다.

JP모건은 이외에도 사우디에 두 가지 종류의 영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우디를 내년 자사 신흥시장 채권지수에 편입시킬 예정이다.

한편, 사우디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JP모건 등으로 구성된 은행 컨소시엄으로부터 110억 달러를 차입했다.

거꾸로 PIF는 블랙스톤이 운용하는 미국 인프라 펀드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월가 은행들은 소프트뱅크와 PIF의 투자에도 관여돼있다. 소프트뱅크의 기술투자펀드인 930억 달러 규모 '비전펀드'의 최대 투자자는 PIF이다. PIF는 비전펀드에 거의 절반가량의 자금을 대고 있다.

이외에도 약 2천250억 달러의 PIF는 위워크나 슬랙 등과 같은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이 상장에 나설 경우 월가 은행들은 IPO 자문사로 활동할 수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에이함 카멜 중동 및 북미 팀 헤드는 "월가는 이러한 분야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만약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악화해 미국이 사우디에 제재를 가할 경우 당장 이들의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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