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한 은행권 필기 전형이 되레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13일 치른 필기시험에서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출 문제집에 포함된 문제와 동일한 문제가 10여 개가 출제됐다.

특히 필기 전형의 객관성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이번 하반기부터 논술을 없애는 대신 새로 도입한 평가인 NCS직업기초능력평가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나오면서 수험생들의 불만이 커졌다.

100분에 120문제를 모두 풀어야 하는 시험인만큼 시간 관리가 중요한데 미리 문제를 알고 있었던 수험생들에게는 유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은행뿐만이 아니라 필기전형을 도입한 타 시중은행들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이유로 필기 전형에 내는 문제 일체가 외주업체에 의해 출제되면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지난 6월 마련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은행채용 과정에 외부 전문가나 외부 기관을 참여시켜 채용의 공정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실제로 국민은행뿐 아니라 상반기부터 필기전형을 치렀던 신한·우리은행과 오는 27일 필기시험을 치를 예정인 KEB하나은행 등은 모두 문제 출제를 외주업체에 위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문제 출제 일체는 외부 기관에 맡겨 진행한다"면서 "본사에서 인사부 직원이 문제를 검토한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가 유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신입 공채에 필기시험이 전면 도입된 만큼 필기 전형의 공정성을 보완하는 데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치러진 우리은행 필기시험에서도 입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응시생을 받아주고, 제한시간을 넘긴 응시생의 답안지도 받아주는 등 시험 관리 감독에 있어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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