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 중앙은행은 `물가 타겟팅(Targeting)'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 환율과 금리 결정 과정을 단순한 일차 방정식으로 풀 순 없겠지만, 통상적인 환율과 금리의 상관관계가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법은 '효율적인 통화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에 있다'고 적고 있다. 그렇게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그만큼 물가관리는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이자 정책에 있어 최우선 가치다.

최근 환율이 오름세(원화 약세)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선 그 상승세가 더 뚜렷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환율을 끌어올리더니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즉 정책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양적안화 정책에 따라 제로금리를 유지하다 어느덧 2.00%~2.25%까지 올랐다. 여기에 더해 연내 추가 인상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기축통화이자 달러 발권국인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는 전 세계 환율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우리 서울 외환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비단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채권과 주식 등 다른 가격 변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탓에 실물 경기까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올해 들어서만 90원 가까이 올랐다. 전일(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올리지 못하자 환율은 더 튀어 올랐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도 걱정이다. 원화 이자율이 달러 이자율보다 낮다 보니 금리가 높은 달러를 사기(Buy) 위해 금리가 낮은 원화 팔기(Sell)가 시작됐고,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구조적으로 오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물가는 어떤가. 환율 상승에다 유가까지 치솟으면서 수입물가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수출입물가지수는(2000년=100) 90.69로 전달보다 1.5%, 전년 동기보다 9.7% 올랐다. 2014년 11월(91.23)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환율 상승이란 요인이 더해져서다. 지금까지 열거한 내용만 보면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거 같다.

하지만 한은 입장에선 여러모로 금리 결정(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 대외경제 상황도 녹록하지 않지만, 국내 경기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서다.

성장률 둔화에다 고용 참사 지속, 실업률 등 여러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서민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 뻔해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을 그간 머뭇거렸다.

그러나 한은은 곧 금리 인상을 결정할 거다. 이달까지 금리 인상을 늦추면서 대내외에 한은은 국내 경기도 소홀히 보지 않고 통화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또 이달 금리 동결로 저금리 때문에 집값이 치솟았다는 정치권 공세에도 어느 정도 대응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맞는다면 체면치레는 충분히 했다. 그래서 다음 한은 금통위(11월30일)에선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정책금융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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