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끌어냈다는 분석이 주목받고 있다.

19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7명으로 구성된 금통위의 구조상 이번 금리 결정은 이 총재가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는데, 이 총재가 그동안 강조한 여건이 충족돼 독립성 고려가 아니라면 금리 인상을 미룰 근거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총재, '캐스팅 보트' 쥐고도 금리 동결

이주열 총재는 전일 열린 금통위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한 금통위원이 이일형 위원과 고승범 위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는 이일형 위원만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을 주장했지만, 이번 금통위에서는 고승범 위원이 새롭게 가세했다.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면 4명의 의견만으로도 금리 인상이 가능했던 셈이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윤면식 부총재가 한은의 의사를 반영해 인상 소수의견을 내면 금리 동결 의견과 3:3이 되더라도 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가진다"며 "금리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묵적으로 독립성 시비에 대한 차단이 (동결 결정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임한 이주열 총재는 전 정권과의 관계에서 독립성 시비가 붙은 이력이 있다.

지난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가 '척하면 척' 발언을 내놓은 뒤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해 금통위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었던 사건이다.

이에 따라 이 총재가 과거의 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여당과 정부의 요구를 무릅쓰고서라도 금리는 금통위가 독립적으로 결정한다는 선례를 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최근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정부와 여당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총리 발언 후에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속된 저금리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유동성 과잉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금리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금통위 당일인 18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금리 동결에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독립성 논란이 키 포인트"라고 말했다.



◇ '2.7%도 잠재성장률 수준' 입장으로 동결 논리 약화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이 하향 조정한 2.7%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해 금리 동결의 논리를 약화했다.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나타내고 물가지표가 목표 수준에 도달한다면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이 총재 스스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동안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가 목표 수준에 근접해 갈 것으로 예상한다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에서 기존 2.9%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내렸다.

허태오 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이 유지된다고 봤다면 왜 10월에는 인상할 수 없느냐고 물을 수 있다"며 "이번 금통위와 11월(여건)이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은 정반대로 금리 동결의 근거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성장률을 0.1%포인트 내린 2.8%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성장률 전망을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내리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택 가격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척하면 척' 이슈가 있어 금리 인상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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