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1. 지난 5월 A증권사 소속 자산관리 영업직원(PB)이 500억원대 투자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그는 고객들에게 지인이 운영하는 B투자회사에 투자를 권유했고, 투자금을 떼인 투자자만 170여명에 달했다. B투자회사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유사 투자일임업을 영위하는 업체였다.

#2. 수년 전 C증권사에 다니는 D씨는 퇴사한 직원 E씨가 설립한 유사투자자문사를 통해 비상장 기업에 수천만원을 투자했다. 이 기업을 상장시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해당 기업의 적자가 누적되며 투자금 전액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거나 등록하지 않아도 설립할 수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일임업 등을 영위하는 투자회사 등이 늘어나면서 투자 피해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사는 1천935곳이다. 등록하지 않은 곳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체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사투자자문사 등 투자회사 설립에는 자본금, 전문인력 등의 제한이 없다.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도 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감시·감독이 소홀하다는 맹점을 이용해 제도권 금융기관 조회가 되지 않는 회사도 투자일임업을 영위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특히, 유사투자자문사의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금융투자상품 등의 투자 조언을 하는 것만 허용되고, 금융투자상품 등의 매매·중개업은 할 수 없다. 비상장주식에 대한 투자 중개도 당연히 불법이나,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인정받은 역량을 바탕으로 자기가 직접 회사를 설립해 성공한 사업가가 되겠다는 꿈은 여의도 증권맨이라면 누구든지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합법적 투자일임업체가 아니라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는 매우 쉽다"며 "회사 설립 시에 내는 등록세,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 등으로 소액으로 누구나 설립할 수 있어, 이런 풍토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이런 투자회사들은 주로 지인 등을 통해 폐쇄적인 영업을 하고는 한다"며 "이로 인해 불법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민원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면 적발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나치게 규제를 하게 되면 더 음성화될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요즘 같이 시장이 어려울 때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면 현혹되기 쉽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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