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보다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성장시키려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 1901~1985)가 반세기 전에 강조한 내용이다. 그는 GDP(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라는 개념을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성장률 개념의 창시자다.

◇OECD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바로 지금이 쿠즈네츠의 충고를 되새길 시점이라는 반성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지 10년이 지난 9월1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이어졌다.

OECD 한국 대표부 등에 따르면 '10 Years after the Failure of Lehman Brothers: What have we learned?'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앙겔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경제학 모형이 현실의 경제나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부터) 포용적 성장과 녹색성장의 체계적인 고려, 웰빙(beyond GDP)과 소득분배(within GDP) 그리고 금융자산과 부채에 초점을 둔 데이타분석,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글로벌 가치사슬과 경제권 간 교류의 확대 등에 관한 미시통계적 분석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성장시키려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던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 1901~1985)>

'부의 기원(The Origin of Wealth)'이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한 에릭 바인하커(Eric Beinhocker)도 "과거의 경제적 사고는 가정이 잘못됐고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이 큰 결점을 가졌다는 것을 인식했으므로 새로운 사고체계가 없이는 현재의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인하커는 "성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단순한 GDP가 아니라 사람들삶의 개선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 것으로 '물질적 풍요'만이 아니라 '환경적 지속 가능성'까지도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장률 우리만 낮아진 것처럼 호들갑

1년간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의 총량 가치를 측정하는 GDP는 경제학 부문에서 20세기 최고 발명품이다. GDP가 자본주의 진영의 대공황을 극복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GDP는 분명히 획기적인 도구다. 생산을 늘리면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늘어 나는 원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설명한다. 대부분 나라가 생산이 곧 복지이고 선이라는 개념으로 경제정책을 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정책 모형을 고수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성적도 성장률 등 경제 지표로 평가됐다. 성장률 위주의 경제정책 덕분에 국민의 소득이 선진국 문턱에 육박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차원에서 일부 언론매체와 전문가가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세를 우려하는 것도 이해가 가능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년 10월 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우리 경제의 2018년 성장률 전망치가 3.0%에서 2.8%로, 2019년 전망치가 2.9%에서 2.6%로 각각 하향조정됐다. 문제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 등이 성장률 하락의 원인을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만 찾는 데 있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 성장이 2010년대 초와 비교해 여전히 견조하지만, 다소 정체되어있는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도 3.9%에서 3.7%로 0.2%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완전고용 상태라는 미국의 경우도 2019년 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7월 전망치 대비 0.2% 포인트 하락했고, 2019년 선진국 평균 성장률 전망치도 0.2%포인트 내렸다. 유로존의 우등생인 독일도2018년 0.3%포인트, 2019년 0.1%포인트씩 내렸다. 성장률 하향 조정이 우리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호들갑'보다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2018년과 2019년의 세계 경제성장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면서 일부 언론의 성장률 하향 조정에 대한 보도를 '호들갑'으로 진단했다. 전망치 하향 조정이 우리 경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현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도 이제 성장 담론에 대해 OECD와 사이먼 쿠즈네츠의 충고를 귀담아들을 때가 됐다. 반세기 동안 경제 성적표만 보면 글로벌 경제의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우리가 과연 잘살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젊은이에게 일자리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경제성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되짚어 볼 시점이다.

아울러 현상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균형감각도 가져야 한다.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면 금방 알 수 있는 객관적인 내용을 특정 견해에 따라 호도해서는 안 된다. 요즘은 영어 잘하고 경제현안에도 밝은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정보를 독점하던 행태만 고집하면 더는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