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국내 주요 은행들이 지난달 미국 재무부로부터 대북제재를 준수하라는 경고를 받은 이후 대북사업 추진에 대해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대북제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교육·문화 교류사업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등 대안 모색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재무부와 국내 7개 은행이 지난달 대북제재 관련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가진 이후 대부분 은행들은 대북사업과 관련 내부 논의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은행들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대북사업 관련 외부 발언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은행들의 신중 모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이달 중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를 받은 농협은행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지난 16일 국감 현장에서 금강산 지점 개설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를 감안해 금강산 지점 재개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 재무부와 진행한 콘퍼런스콜과 관련해서는 "감독기관과 이뤄진 일을 보고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농협은행은 미국 뉴욕 지점을 운영하고 있어 미 재무부가 감독기관에 해당한다.

그간 개성공단 지점 재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던 우리은행도 미 재무부의 경고 이후에는 공식적인 코멘트를 자제하고 있다.

다만, 은행들은 아직 대북사업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은 아닌 만큼 북한에 대한 연구활동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책은행인 A은행은 최근에도 북한 접경지역에 있는 중국 고신기술산업개발구를 둘러보고 정책토론회와 투자무역박람회 등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등 연구활동에는 제동을 걸지 않고 있다.

B시중은행도 대북사업 준비를 위해 추진 중인 북한 전문가 채용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일부 은행들은 대북제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교육·문화 교류부터 시작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C시중은행은 현재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한의 경우 주민들의 금융 지식 수준이 아직 낮은 수준이라 이에 대한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한국어로 된 교재 지원과 금융교육 과정 신설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C은행 고위관계자는 "다수의 시중은행들이 이미 북한이탈주민 대상 금융교육을 진행해오고 있어 여건만 조성된다면 금융교육사업이 은행들의 대북사업에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북제재 이슈가 불거진 이후 다른 은행들도 대북사업과 관련해 문화 교류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