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2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중국의 부양책에도 기업 실적 둔화 우려와 사우디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등에 혼조세를 보였다.

미 국채 가격은 최근 민감도가 높아진 미국 주식시장에 연동해 혼조세를 보였다. 달러화 가치는 유럽을 둘러싼 우려가 지속하며 상승했다.

뉴욕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약속에도 이란 제재를 앞둔 공급 위축 우려 등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날 뉴욕 금융시장은 장 초반 중국 증시가 간밤 4% 이상 급반등한 것에 영향을 받았으나 이후 이탈리아와 사우디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등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가 이날 내년 예산안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럽연합(EU)에 전달하면서 유럽시장의 불안은 지속했다.

지난 주말 무디스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Baa3'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한 점에 시장이 다소 안도하긴 했지만, 불안이 해소되지는 않는 양상이다.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이날 0.6% 하락 마감했다.

사우디 언론인 자밀 카슈끄지 피살 추정 사건 이후 사우디 관련 논란이 지속하는 점도 부담이다.

사우디는 카슈끄지가 터키의 자국 영사관에서 몸싸움 중 사망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터키에서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암살조에 의해 고문 끝에 살해됐으며, 시신도 훼손됐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온다. 터키 당국도 사우디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정부가 사우디 왕실의 개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도 사우디에 대한 제재 필요성이 언급되는 등 국제사회의 긴장이 팽팽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은 카슈끄지의 사망과 관련한 사우디의 설명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며 더 자세한 정황을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무역 긴장 우려도 상존했다.

장칭리(張慶黎)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이날 미국 기업인 등이 참석한 모임에서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또한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9월 전미활동지수가 0.17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난 8월 0.27보다 하락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6.93포인트(0.50%) 하락한 25,317.4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1.90포인트(0.43%) 내린 2,755.88을 기록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60포인트(0.26%) 상승한 7,468.63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소득세 감면 등 중국 부양책 영향과 주요 기업 실적, 이탈리아 예산안 및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피살 사건 파장 등을 주시했다.

중국 당국이 주말 개인 소득세에 대한 세액공제 항목을 대폭 확대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민영 기업 발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인 4.09% 급등해 마감했다.

중국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뉴욕증시 주요 지수도 장 초반 상승했다.

지수는 하지만 장중 상승 폭을 내준 후 하락 반전했다.

주요 기업의 향후 실적 둔화 우려, 이탈리아 예산안과 사우디 관련 불안 등이 투자심리를 저해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기업들은 여전히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전 분기 실적 자체보다는 향후 실적 전망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미국 석유 기업 핼리버튼은 이날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3분기 실적 및 매출을 발표했지만, 향후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으면서 주가도 3.1% 큰 폭 내렸다.

감세 효과가 끝나가는 데다, 무역전쟁과 달러 강세 여파로 내년 이후 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주 실적 발표를 대부분 마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주가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애플 등 주요 기술주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이날 종목별로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킴벌리-클라크 주가가 실적발표 이후 상승세에서 급히 반전해 3.5%가량 내려 마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도 3.3% 급락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주가 2.06% 내리며 가장 부진했다. 에너지주도 최근 유가 하락 여파로 1.10% 내렸다. 반면 기술주는 0.81% 올랐고, 임의소비재도 0.48% 상승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3분기 기업 호실적으로 주가가 오르기에는 여건상 암초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츨러 파이낸셜 그룹의 래리 페루지 이사는 "기업 실적발표가 주가에 반등을 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시장은 4분기 실적이 어떻게 될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80.4%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26% 하락한 19.64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0.2bp 하락한 3.196%를 기록했다.

반면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보다 0.3bp 상승한 3.383%를 나타냈다. 4년래 최고치인 3.401%에 다시 근접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 역시 전 거래일보다 0.5bp 오른 2.912%를 보였다. 2008년 6월 25일에 기록한 3.014% 이후 가장 높다.

10년물과 2년물의 가격 격차는 전장 29.1bp에서 이날 28.4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미국 국채시장은 주식시장을 따라 등락을 거듭하며 방향성을 탐색했다.

지난주 미국 금리 인상과 무역전쟁, 성장 둔화 우려 속에 급락했던 중국 증시가 당국의 잇따른 부양책에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장 초반 미 국채 값은 상승했다.

중국 증시가 아시아증시 상승을 이끌었고 장 초반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주가도 상승하면서 매파적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우려가 한발 뒤로 물러난 영향을 받았다.

간밤 상하이종합지수는 4.1% 급등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미국 기업들의 강한 실적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할지 투자자들의 긴장이 커지면서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하락 반전하기도 하는 등 엇갈렸다.

이에 따라 미 국채 값도 혼조세를 나타냈다.

통상 무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는 주가 약세에 대한 헤지용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 국채 값은 오른다. 그러나 가파르게 오른 국채수익률이 미국의 경제 모멘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최근에는 역상관 관계가 무너졌다.

이번 주 1천80억 달러 규모의 단기물 발행도 앞두고 있어 미 국채시장에는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짙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급증하는 공급 부담이 장기 국채 수요를 압도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계속되는 단기물 수익률 상승에는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점진적이고 꾸준한 금리 인상 계획에다 공급 부담까지 더해져 단기물은 고전하고 있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셀 금리 전략가는 "국채 공급 우려와 연준의 사이클상 더 높은 금리에 대한 우려를 밸류에이션이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예산안과 관련된 긴장은 지속해서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 바로 한 단계 위인 'Baa3'로 강등했다.

다만 등급 강등이 예상됐던데다 등급 전망이 안정적이어서 이탈리아 국채는 상승했다. 안정적 등급 전망은 조만간 추가 하향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9.2bp 하락한 3.471%를 나타냈다.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연합(EU)의 비판에도 재정적자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혀 충돌 우려가 여전해 장 초반보다는 국채수익률 낙폭이 줄었다.

이번 달 초 가파르게 치솟던 국채수익률은 최근 안정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뚜렷한 촉매가 없어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3.1~3.2%에서 움직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마크 카바나 미국 금리 전략가는 "현 수준에서 일종의 금리 수렴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달 들어 최악의 투매가 일단 끝나자 투자자들은 좀 더 시장에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2.814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2.554엔을 0.260엔(0.23%) 상승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4645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5075달러보다 0.00430달러(0.37%)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9.33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29.51엔보다 0.18엔(0.14%)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는 0.33% 상승한 96.013을 기록했다. 지난주 0.5% 상승한 데 이어 이번 주도 상승세로 출발하며 96선을 회복했다.

이탈리아와 브렉시트 우려가 지속하면서 유로와 파운드에 부담을 준 점이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무역전쟁과 경제 둔화 우려로 급락했던 중국 증시가 이틀 연속 반등하면서 극심한 위험회피 심리를 완화한 점도 달러화 상승에 도움을 줬다.

지난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 한 단계 바로 위인 'Baa3'로 강등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의 반발에도 국내총생산(GDP)의 2.4%인 예산안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예산안 관련 충돌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유로-달러는 다시 1.15달러대를 내줬다.

코메르츠방크의 뚜 란 니구엔 분석가는 "EU와 이탈리아 양측에서 좀 더 완화적인 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끝났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며 "이 때문에 변동성이 심한 장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FXTM의 루크만 우통가 분석가는 "내년 예산안이 오는 23일 EU에서 거절당하면 유로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투자심리에 주요한 지정학적 부담 요인으로 남아있고 투자자 신뢰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 불확실성이 다소 사라지며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하락했지만, 변동성이 커 아직 불안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BNY멜론의 시몬 데릭 수석 외환 전략가는 "향후 2주간 위험을 유발할 이벤트가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단시일 내에 이탈리아를 지원할 이유가 거의 없다"며 "수익률 차이가 얼마나 벌어질지, 이점이 외환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한 브렉시트 우려에 파운드-달러 역시 0.74% 하락해 3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운드-달러는 1.30달러 선을 내줬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95%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지만, 24일 당내 불신임이라는 고비가 남아있다.

이번 주에는 ECB, 캐나다 중앙은행 등을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회의가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25bp의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중앙은행 역시 이번 주 수요일에 회의를 연다.

이번 주 회의에서 12월 자산매입프로그램 종료에 한 발짝 더 다가간 ECB가 추가 내용을 내놓을지 투자자들은 주시하고 있다.

당국의 강한 부양책과 투자자 달래기에 중국 증시가 급반등한 것과 달리 위안화는 0.24%의 소폭 약세를 기록했다. 달러-위안은 6.9465위안을 나타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05달러(0.1%) 상승한 69.1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언론인 피살 추정 사건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싼 국제정세, 이란 원유 수출 감소 우려 등을 주시했다.

사우디는 자말 카슈끄지 피살 추정 사건 이후 원유시장에서 형성된 원유 무기화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과 인터뷰를 한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지난 1973년 석유금수 조치 등이 되풀이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의사가 없다"고 대답했다.

알팔리 장관은 또 현재 하루평균 1천70만 배럴 수준인 산유량을 조만간 1천100만 배럴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사우디는 하루평균 1천200만 배럴 수준으로 산유량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여유 생산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도 장 초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유가는 하지만 차츰 반등해 소폭 오른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다가오는데 따른 공급 위축 부담이 유가에 지지력을 제공했다.

카슈끄지 피살 추정 사건 이후 사우디 관련 논란이 지속하는 점도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정부가 사우디 왕실의 개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도 사우디에 대한 제재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사우디 이슈와 이란 제재 이후 공급 차질 우려, 중기적인 원유 수요 둔화 우려 등이 뒤섞여 유가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인터팍스 에너지의 아브히섹 쿠마르 수석 에너지 연구원은 "사우디의 증산 다짐에도 유가는 보합세로 마감했다"며 "사우디가 잠재적인 이란 생산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전략가는 "이란 원유 수출이 얼마나 감소할지는 여전히 큰 의문이다"며 "다음 달 원유 수출 감소 규모가 드러나면 다음 분기 유가 움직임이 어떨지 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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