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증권업계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지만, 회사별로 상황은 매우 다른 분위기다.

일부 증권사는 내년 '주 52시간 근무제'의 정식 도입에 앞서 PC오프제와 탄력 근무제 등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전혀 준비가 안 된 곳도 적지 않다.

현대차증권은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가장 발 빠르게 PC오프제를 도입했다. 매일 오후 5시에 PC가 강제 종료된다. 회사 내부적으로 PC오프제는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분기 정시퇴근자 비율이 전체 직원의 90%를 넘어섰다고 한다.

KB증권도 PC오프제에 대한 직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KB증권은 PC가 강제 종료되기 30분 전부터 메시지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퇴근 시간을 알리고 있다. PC 사용은 정규 출근 시간 20분 전인 오전 7시 40분부터 가능하다. 또한, PC가 강제종료되기 전 10분씩 두 번 이용시간을 연장할 수 있어, 하루에 수당 없이 초과근무하는 시간이 총 40분을 넘을 수 없다.

한 직원은 "오후 5시 퇴근 시간에 맞춰 메신저가 우르르 꺼지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연장 근로를 신청하는 직원도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주 1회에만 PC오프제가 시행되던 것을 최근 주5일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들과는 반대로 맘만 먹으면 '영원히' 일할 수 있다는 곳도 있다. 아직 PC오프제가 도입되지 않은 증권사들이다.

PC오프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M 증권사의 직원은 "특히 IB에서는 아직 먼 나라 얘기"라며 "업체에 실사를 나갔다가 저녁 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복귀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소형사인 S사의 경우에도 PC가 강제 종료되는 시간은 아직 자정으로 맞춰져 있다. 오후 11시 50분에나 PC가 꺼진다는 메시지가 등장한다.

중형사인 S사는 현재 PC오프제를 시범 도입하고 내달 정식 도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노사합의 하에 '재량시간 근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어, PC오프제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근무시간을 직원 재량에 맞춘다는 것인데, 이 경우 PC오프제를 통해 강제 퇴근을 유도하는 것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제도가 잘 정착된 곳을 보면 부럽다"면서도 "과거에 야근해야 '일 열심히 한다'는 인식이 점차 바뀌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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