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신설되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겸직하는 문제를 놓고 은행권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겸직에 찬성하는 측은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므로 비은행 부문이 강화될 때까지 우리금융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리가 필요하다는 측은 다른 금융지주도 은행 부문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는데도 분리를 택했으며, 겸직에 따라 '제왕적 회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회장직과 행장직을 어차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겸직 기간 회장이나 행장을 노리는 세력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지배구조를 흔들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2월 출범하는 우리금융의 회장 후보 선출 작업을 시작한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 겸직 여부다.

◇ 회장·행장 겸직 주장 근거는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 회장을 겸직해야 한다는 주장이 올해 상반기께부터 제기됐다.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이 우리은행 자회사로 남으면서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금융이 설립되면 우리은행과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등 6곳은 주식이전 방식에 따라 완전자회사로 편입된다.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우리은행 자회사로 남아 우리금융 손자회사가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는 증권사와 카드사 등 다양한 자회사가 있는 반면 신설 우리금융은 곧 우리은행이나 다름없다"며 "증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고,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지주사 규모를 키운 후 회장직과 행장직을 분리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겸직으로 조직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로 회장이 선임될 경우 지주 출범 후의 어수선함이 가중될 수 있는 반면, 내부 출신이며 은행 업무에 밝은 손 행장이 회장을 겸하면 조직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회장·행장 분리 주장도 설득력

회장과 행장직 분리가 필요하다는 측은 과거 우리금융 출범 당시에는 은행의 비중이 거의 100%에 달했는데도 회장과 행장을 따로 선출했다고 지적한다.

우리금융은 한빛은행과 평화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 5개 금융회사를 하나로 묶어 2001년 세운 국내 최초 금융지주회사로 비은행 부문 자회사의 비중이 미미했다.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지방은행 금융지주가 모두 은행 비중이 90% 안팎인데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모두 회장직과 행장직을 분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측은 이들 지방은행 금융지주가 회장직과 행장직을 분리한 이유인 회장에 대한 권한 집중 방지가 우리금융에도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 시절 고위험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본 데서 알 수 있듯 겸직은 제왕적 회장을 출현시키고,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경영에도 지장을 준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 출범 초기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는 것은 조직의 안정성을 더욱 해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출범 초기 겸직하더라도 현재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는 금융지주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분리될 텐데, 그때까지 회장과 행장직에 대한 논의나 하마평이 이어지며 지배구조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겸직 기간 내내 회장을 노리는 외부 세력이 오히려 우리금융 지배구조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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