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국내외 투자은행(IB)의 반도체 비관론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해외 IB 중심으로 반도체 고점 논란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긍정론을 유지했던 국내 증권사들도 부정론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램(DRAM)인 8기가비트(GB) DDR8 4GB 2133 가격은 연초 9달러 수준에서 최근에는 7달러대까지도 내려왔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평균판매단가(ASP)가 여기서 추가 5% 이상 하락할 것으로도 점치고 있다. D램 가격은 2016년부터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수급 불일치에 약세로 돌아선단 얘기다.

이런 전망의 근거는 IT 슈퍼 사이클(super cycle)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산업 전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를 반영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는 내년 D램 가격이 올해보다 15~20%, 낸드(NAND) 플래시는 25~30% 내릴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D램 가격은 내년까지 2.77%p 이상 내릴 수 있다"며 "메모리 구매회사들의 재고 조정을 반영해 출하량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KB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잇달아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등 전장용 반도체 수요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탓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심으로 전장용 반도체의 높은 가격 때문에 쉽사리 채택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며 "이들 지역이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이기 때문에 전기차를 적게 탄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전장용 반도체 수요 전체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및 산업용 칩 수요가 부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반도체 수요 전반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며 "미중 무역 갈등으로 세트업체들이 칩 재고 관리를 보수적으로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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