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각)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음에도 이탈리아 국채가격이 뛴 것은 시장이 이를 악재가 아닌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미국 마켓워치가 22일 분석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무디스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이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지난 8월 말 이탈리아 국채 투매 사태가 발생한 것도 부분적으로는 이 같은 전망이 선반영된 것이었다.

게다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강등하되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은 '가장 덜 우울한 방법'으로 이탈리아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전망이 이미 암울한 상황에서 등급 전망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당장 추가로 신용등급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시장 분석가들은 이탈리아 신용등급이 이른 시일 내에 정크 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은 일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탈리아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내려서면 연기금이나 보험회사 같은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를 대거 투매할 공산이 크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시아란 오헤이건 유로 금리 분석 총괄은 "이번 평정은 가능한 한 가장 부드러운 방법이자 투자자들에겐 안도감을 주는 결정이었다"며 이탈리아 국채에 매수 포지션을 취하라고 권고했다.

오헤이건 총괄은 "일부 시장 참가자는 무디스의 평정을 매우 비관적으로 전망했고 심지어 이탈리아가 바로 정크 등급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며 "이번 결과로 그 같은 불확실성은 일단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이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장 중 전장대비 0.27%포인트 급락하다 낙폭을 줄여 0.11%포인트 하락한 3.47% 선에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벤치마크인 독일 10년물과의 국채 스프레드(금리 격차)도 3.03%포인트까지 줄어들게 됐다.

이제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등급 평정을 기다리고 있다. S&P가 무디스처럼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되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이탈리아 국채가격은 이날처럼 재차 랠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오헤이건 총괄은 "S&P의 결정은 연말까지 또 다른 불확실성을 제거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의 축소는 이탈리아 국채가격의 상승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S&P의 평정 외에 오는 25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정례 통화정책회의도 이탈리아 국채시장이 주목하는 이벤트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첼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주 무디스의 이탈리아 신용 강등 이후 유로화 매도 포지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 때문에 우리도 유로-달러 환율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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