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다시 불거진 글로벌 증시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며 상승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3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3.0bp 하락한 3.166%를 기록했다. 장중 3.11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중국 증시와 미국 증시가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위험회피 성향이 짙어진 점이 무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 값을 끌어올렸다.

국채 값은 장 초반부터 글로벌 증시 약세로 상승 흐름을 보였고 다우지수가 장중 500포인트 이상 급락하자 상승폭을 키우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틀간의 반등세를 끝내고 다시 급락했다.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미국 주가도 하락했다.

이날 통상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와 독일 국채, 일본 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3M과 캐터필러 등이 향후 침체된 가이던스를 제시하면서 우려를 키웠다. 3M은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캐터필러도 내년 대부분의 기계와 엔진 가격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BMO캐피털의 이안 린젠 미국 국채 전략 대표는 "실적 가이던스에서 미국 기업들이 무역 긴장의 일부분을 감지하고 있음이 나타났다"며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보다 기준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험회피가 미국 국채시장을 지지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까지 4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경제가 과열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뿌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빅토리아 페르난데스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금융시장 전반의 투자자들이 이른바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우려하고 있다"며 "연준의 문제점 하나는 연준 위원들이 중립금리가 실제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나서서 얼마나 금리를 올려야 할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하면 시장 투자자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예산안 우려도 지속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 예산안을 거절했고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이탈리아는 한 발도 물러날 수 없다며 버텼다.

장초반 소폭 내리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상승 반전했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380억 달러 규모의 2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2.67배의 응찰률을 기록했다. 낙찰률은 간접 52.6%, 직접 5.5%로 2년물은 2.880%에 발행됐다.

KBC 뱅크는 "미국 국채 공급이 다가오고 있어 단기간 독일 분트 대비 움직임이 저조할 것"이라며 "위험 투자심리가 미 국채 값을 움직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술적인 분석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3.12% 근처의 이전 저항선을 다시 테스트할 것"이라며 "국채수익률이 이 수준 위에서 머무른다면 중장기적으로 이 저항선을 뚫고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C 뱅크는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의 사이클상 고점은 3.26%이지만, 다음 주요 저항선은 3.75% 근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린젠 대표는 "이탈리아 예산 문제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어 미 국채시장이 완전히 기술적인 움직임만 보인 것은 아니다"며 "EU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예산안을 고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탈리아와 EU의 유례없는 대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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