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업체 캐터필러…경기 바로미터

관세 여파 경고…내년 실적에 본격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제조업체 캐터필러와 3M 등의 실적 전망에 미국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에 따르면 중장비업체 캐티펄러의 주가는 7.6%, 사무용품 업체 3M의 주가는 4.4%가량 하락했다.

오토바이업체 할리-데이비슨의 주가는 2.2% 하락하는 등 주요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밀리면서 뉴욕증시를 끌어내렸다.

◇ 부메랑이 된 관세

제프리스의 스티브 보크만 애널리스트는 "미국 주요 제조업체들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미국 제조업체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정책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을 이유로 실적 악화를 경고하고 나서면서 무역전쟁 여파가 내년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캐터필러는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로 미국 제조업체들의 기계류 부품 비용이 증가했다며 올해 관세 관련 비용이 앞서 예상한 1~2억 달러 하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3M도 이날 관세로 올해 약 2천만 달러의 비용이 증가하고, 내년에는 1억 달러가량의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3M은 이와 더불어 중국의 경기 둔화로 중국에서의 마스크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페인트 코팅업체인 PPG 인더스트리스도 자동차 소비 둔화로 중국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앞서 중국은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국 난방 및 냉방시스템 업체인 레녹스 인터내셔널은 무역전쟁 여파를 피하고자 일부 생산처를 중국 이외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녹스 측은 "중국 관세가 단기에 그칠지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관세를 피하고자 조건에 부합하는 동남아시아나 저비용 국가들로 이동하는 등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보트와 모터사이클을 제조하는 폴라리스 인터내셔널도 이번 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더욱 심각한" 비용 상승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강한 달러도 비용상승 요인

관세와 함께 달러 강세도 해외 판매 수익 비중이 큰 많은 미국 제조업체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최근 분기 강달러에 따른 비용이 740만 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비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캐터필러는 내년부터 기계류와 엔진 가격을 전 세계적으로 1~4%가량 인상할 계획이며, PPG와 프록터앤드갬블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제트엔진과 엘리베이터를 제조하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도 이날 관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내년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러한 관세는 어떤 형태로든 결국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는 올해와 내년 관세 비용이 각각 5천300만 달러, 1억6천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비용 상승을 이유로 실적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다.

3M은 올해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9.08~9.38달러에서 8.78~8.93달러로 하향했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제조업체들의 실적 전망에 주목하는 것은 결국 경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캐터필러가 바로미터…모든 시장이 여름에 고점을 찍었다

전문가들이 대표적으로 꼽는 경기 바로미터는 바로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다.

캐터필러 주가는 52주래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이미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조정 단계에 들어섰다.

CFRA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 전략가는 "불행히도 모두 경기에 민감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은 낙관적인 실적 전망을 유지해왔다며 그들은 상황에 느리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스트래트의 로버트 슬루이머 기술적 분석가는 캐터필러의 주가는 올해 초에 고점에 도달했으며 이후 줄곧 횡보해왔다며 내년 초를 시작으로 우리는 내년을 부진한 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글로벌 시장에서 추세 붕괴(trend breaks)를 목격하고 있다"라며 "모든 시장이 여름에 고점을 찍었다. 지난 2주간 은행과 경기주들이 무너지고 있다. 운송주의 상승도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조업체 주가 하락이 추가적인 주가 붕괴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로이트홀트 그룹의 짐 폴슨 수석 전략가는 "예상보다 좋지 않은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 기업들은 실적 전망을 약간 낮추기 시작했으며, 마진 압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인,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와 마진 압박이 투자자들을 겁먹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사실이라면 (기존에 예상해왔던) 내년 실적 전망치는 틀린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샘 스토벌은 실적 뉴스는 하나의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성장 잠재력을 재설정하는 데 취약하며 확실히 (성장이) 크게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며 "분명 (주가는) 압박을 받고 있고 바닥을 찾아야 한다. 더 오르려면 바닥을 다시 테스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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