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크레디트 채권시장에서 시장별·만기별 온도 차가 커지고 있다.

크레디트 채권 중에서도 높은 유동성을 자랑하던 은행물마저 유통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반면 짧은 만기 물은 발행시장에서 인기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24일 분기 말 이슈와 10월 기준금리 동결 이슈로 크레디트 채권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며 발행시장보다는 유통시장이, 단기물보다는 장기물이 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시장의 부진은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져 금리가 박스권에 머문 탓이다. 또 추가 금리 인상 불확실성으로 1년 이상 물건에 대한 경계도 커졌다.

A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은 "11월 인상을 가정하면 시장은 3bp 내외에서 등락하는 박스권 장이라 유통이 별로 없다"며 "국고채 3년이 2.05%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 어중간한 금리다 보니 크레디트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잘나가던 은행채도 발행물이 소화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11월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화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급하지 않으면 살 필요를 못 느끼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향후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2~3년물 시장이 더욱 경색됐다.

B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은 "이달 초만 해도 MMF 자금이 RP로 오면서 잘 됐는데, 지난주 중반부터 수요가 실종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차라리 10월에 금리를 올렸으면 추가 인상 우려가 사라지면서 유동성이 더 좋았을 것이다"고 전했다.

그나마 발행물을 주로 담고 유통물에서는 은행계열의 카드채나 캐피탈채 등을 담는다고 전했다.

그는 "유통물은 잘 안되지만, 발행물은 그래도 찍은 대로 나가긴 한다"며 "유통시장에서 크레디트 팔자는 많은데 사자는 없고, 국민연금이나 우정사업본부 정도만 싸게 나오는 괜찮은 종목을 조금씩 산다"고 말했다.

C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도 "1년 이내의 물건만 매수하는데 만기별로 체감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며 "그래도 이번 주 들어 은행채 발행은 잘된 편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은행채 공급이 줄면서 연말 은행채 매력을 부각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금리 하락에 대한 반작용으로 회사채를 중심으로 스프레드가 소폭 확대됐지만, 되돌림을 예상한다"며 "다만,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해 유통시장에서 매수심리 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말부터 DSR이 시행되면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구간별 대출비중도 관리해야 한다"며 "그러면 은행권 대출감소와 은행채 발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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