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확대가 주가 하락 의미는 아냐"

"약세장은 아직 멀어…강세장에서의 조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증시가 한동안 변동성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들은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최고 2021년까지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속할 수 있다며 "오랜 변동성을 예상하라"고 말했다.

BOA-메릴린치는 약세장의 신호 19개 중 14개(74%)가 이미 촉발됐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해오던 S&P500지수는 10월 들어 6%가량 하락했다. 많은 종목이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 단계에 들어갔다.

2009년 3월 이후 시작된 미국 역대 최장의 강세장이 끝날 위기에 부닥친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세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금리 인상에 따른 국채금리와 달러 강세 등이 기업 실적 악화를 넘어 경기 둔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약세장 신호가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강세장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 전략가는 "강세장이 몇 분기 더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BOA-메릴린치도 최근의 강세장에도 시장이 가열됐을 때 나타나는 투자자들의 "도취" 증거는 없다고 봤다. 또 은행들이 대출 환경을 크게 조이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약세장을 촉발할 요인이 모두 갖춰지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7번의 강세장에서 4번은 이러한 지표들이 100% 모두 작동했을 때 고점에 다다랐다.

또 지금처럼 70%가량의 지표만이 무너져 내릴 경우에는 S&P500지수가 고점에 이르는 데는 평균 21개월의 시한이 걸린다는 것이다.

BOA-메릴린치는 "역사에 따르면 21개월의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가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변동성지수(VIX)는 15에서 25로 올랐으나 S&P500지수의 연간 수익률(배당 포함)은 22%에 달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다. 경기 둔화와 무역전쟁, 세제 개혁 효과 소멸로 실적이 고점에 다다랐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경기침체를 논하긴 이르다는 점에서 강세장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국 경기침체의 신호로 읽히는 수익률 곡선 역전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앤드루 슬리몬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있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률 곡선이 제로로 떨어진 이후에도 주식시장은 1년 이상 고점에 다다르지 않는다며 "이번 약세는 강세장 내에서의 조정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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