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글로벌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장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이탈리아 예산안 등 정치적 이슈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등 군사적 갈등까지 부각해서다.

국내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반도체 경기가 꺾이며 우리 경제 성장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논란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많은 시장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점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미 달러-원 환율이 연고점을 찍은 뒤 상단이 막히고 있으므로, 추가 상승 동력이 강해질 것이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시장참가자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A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24일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좀 위험하다고 느낄만한 여건이 갖춰지고 있지만, 달러 인덱스가 11월 중간선거 전에 방향을 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딜러는 "1,140원 선을 상단으로 하는 레인지를 깨려면 숏 커버 외에도 1,15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롱 포지션이 추가로 쌓여야 한다"며 "현재 그 정도 확신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지표는 꺾였다.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태도가 잘 못 됐다는 시장 판단으로 미국 주식이 밀리면 달러 강세보다는 약세로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동안 달러-원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컸지만, 워낙 실패를 많이 했다"며 "리스크를 떠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B 은행 트레이딩부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미 패닉 단계가 아닐까 한다. 역외 위안화(CNH)까지 보더라도 마찬가지다"면서도 "이에 비하면 달러-원은 상당히 잘 버티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은 "주식시장은 반도체 경기를 선반영하는 느낌이 강한데, 달러-원은 1,140원 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며 "다만 어제처럼 주식이 망가지면 환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이 급하게 하락한 것은 막연한 불안 심리 때문이라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가 계속 오르면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지고, 미래 이익 비중이 큰 성장주는 할인율에 민감해진다"며 "미국 주식이 빠지는 근본적 이유"라고 진단했다.

홍 팀장은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와 INF 등의 외부 악재가 영향을 준 것"이라며 "원화 약세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쳐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위험을 회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곧 유동성을 풀겠지만, 확인하고 가자는 심리도 있다"며 "미국이 내년에 2천억 달러 상당 제품에 대중 관세를 물려도, 시장 우려만큼 영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심리가 빠르게 안정될 조짐이 생긴다면, 오히려 예상치 못한 이유로 달러-원 환율이 크게 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C 외국계 은행 딜러는 "곧 시장이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는 참가자들이 많다"며 "그러나 현재는 상방 리스크가 하방 위험을 압도하는 흐름이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딜러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에 1,140원대 안착이 어렵다고 하지만,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140원대를 쉽게 뚫어내면 1,150원 선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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