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국민연금이 '공매도의 배후'로 지목되며 주식대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이로 인해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나오는 주식대여 물량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기초지수를 구성하는 현물 주식 포지션을 들고 있어야 한다. 이 현물을 대여하면서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ETF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과 동일하게 주식 바스켓(Basket)을 현물로 보유해야 한다. 규정상 ETF의 경우, 보유한 전체 투자증권의 50% 이하로 주식을 대여할 수 있다.

대표적 ETF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등도 투자설명서를 통해 신탁계약서에서 정하는 범위 내에서 주식대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실제로 주식형 ETF의 상당 부분이 현물 바스켓을 구성하고 있는 주식 대여거래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가 수익은 물론 레버리지를 확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증시 급락 국면에서 ETF 환매가 일시에 집중되면, 불가피하게 포지션을 청산해야 한다. 이때 대여거래로 활용 중인 주식 환수가 어려워 유동성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증시 낙폭이 확대될 유인도 있다.

최근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주식에 대한 대여를 중단하고, 남은 대여 잔고도 연말까지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 사이 '공매도의 배후'라는 비난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이 대여자로 참여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사실상 대규모 ETF 운용사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통해 버는 수수료가 150억원인데, ETF 운용사들은 이보다 훨씬 큰 수익을 거둘 것"이라며 "대형 ETF 유동성공급자(LP)들이 뿌리는 대여 물량에 비교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중단하면 수혜를 보는 건 외국인 투자자와 자산운용사가 될 것"이라며 "대여 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이탈하면서 이들의 수수료 수입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 측 관계자는 "주식대여 물량이 유동성을 위협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라며 "이를 통해 얻는 수익도 운용사가 아닌 펀드에 귀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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