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코스피가 22개월 만에 2,000선마저 내줄 정도로 급락세를 보였지만, 국내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 중에서 이를 예측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연합인포맥스 리서치리포트(화면번호 8020)에 따르면 연초 발간된 NH투자·삼성·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7개 대형 증권사 리서치리포트의 코스피 밴드 전망을 분석한 결과 최하단은 2,250, 최상단은 3,100선이었다.

그러나 전일 코스피 종가는 1,996.05로, 이미 밴드 하단보다 12% 넘게 벌어졌다.

연초에는 코스피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며 오르고 있어 코스피 3,000시대를 예측하는 곳도 나오는 등 장밋빛 증시 전망이 많았던 시기다.

미국 금리 인상 등이 하반기 증시에 부담될 것이란 예상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중순 발간한 하반기 증시전망 리포트에서 연초 제시했던 코스피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KB증권이 3,060에서 2,820으로 코스피 밴드 상단을 조정했고, 대신증권도 2,750에서 2,580으로 낮췄다.

그러나 하반기 보고서에서도 대부분의 증권사가 코스피 하단을 2,200선 내외로 예상해 최근과 같은 급락 사태를 예상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들어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부랴부랴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삼성증권이 내달 코스피 전망을 1,950~2,120선으로 변경했고, NH투자증권도 이번 주 지수가 1,960~2,15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수 하단을 1,980선으로 예상했다.

증권사들의 증시전망 밴드가 실제와 크게 차이가 나고, 지수가 하락한 뒤 뒤늦게 전망치를 하향수정하는 경우도 많아 증권가 일각에서는 리서치리포트가 투자 지침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증시에 투자해야 한다며 장밋빛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왔고, 상고하저일 것으로 본 곳이 많았지만, 2,000마저 깨질 것으로 예상한 곳은 없었다"며 "리서치리포트만 보고 투자 결정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연초만 해도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이렇게까지 고조될 것이라 예상한 곳이 없었다"며 "지금의 증시는 예상과 달리 미·중간 무역갈등이 격화돼 투자 심리가 안 좋은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 외국인 매도세 등 악재가 모두 겹치면서 하락한 것이라 이를 예상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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