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영구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와 유럽연합(EU) 신(新) 재정협약에 합헌판결을 내리고, 네덜란드 총선에서 친(親) 유럽 성향의 두 정당이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다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로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독일 헌재가 12일(현지시간) ESM 비준을 승인하면서 ESM 가동의 주요한 장애물이 제거됐고, 같은 날 네덜란드 총선에서 친유럽 성향의 정당이 선두를 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형 이벤트들을 앞두고 불거졌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獨 헌재 호재'로 스페인·이탈리아 국채매입 가능 = 독일 헌재가 유럽 금융시장의 방화벽 역할을 하는 ESM에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ESM이 내달 8일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와 스페인 등 재정위기국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헌재는 ESM 비준을 승인하면서 ESM이 독일 헌법과 양립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조건을 부여했다.

이중 하나는 독일의 ESM 분담금을 최대 1천900억유로로 제한하는 것이다. 분담금이 한도를 넘어야 할 경우에는 독일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며 이때 상ㆍ하원 모두 충분한 고지를 받아야 한다고 제시됐다.

헌재는 더불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독일이 사실상의 기피조항을 설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독일 헌재가 EU 신 재정협약과 ESM 설립에 대한 집행 정지 가처분 긴급신청을 기각한 뒤 성명을 내고 다음 달 8일 룩셈부르크에서 ESM 이사회의 첫 모임이 있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총선 '친유럽' 정당 득세 = 유럽 긴축정책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평가받았던 네덜란드 총선에서 친유럽 성향의 두 정당이 1,2위를 다투고 있다.

네덜란드 2대 방송사가 이날 투표 종료 후 공동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국민당(VVD)이 박빙의 차이로 선두를 점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민당은 150석의 전체 의석 가운데 41석을 차지했고, 중도좌파인 노동당(PvdA)은 이보다 1석 적은 4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긴축정책을 반대하던 극우 자유당(PW)은 13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자민당과 노동당이 유로존 재정취약국들을 지원하는 친유럽 성향을 띠고 있어서 두 당이 함께 정부를 구성하는 대연정이 성사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또 두 당이 연정을 구성하면 네덜란드 총선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생겼다.

이번 총선은 연립정부에 협력해온 극우 자유당이 지난 4월 EU의 기준에 맞춘 추가적인 긴축 정책을 거부하는 바람에 내각이 총사퇴해 조기에 치러졌다.

네덜란드는 지난 4월에 총선을 치렀지만, 야당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로 맞추라는 EU의 신 재정협약에 반대하며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당시 마르크 뤼테 총리는 긴축예산안 합의 불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9월 조기 총선을 열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주목할 유럽 일정은 = 독일과 네덜란드가 호재를 안겨주면서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있을 EU 재무장관 회의, 스페인 구제금융신청 가능성, 무디스의 스페인 신용등급 발표 등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EU 재무장관들은 14~15일에 키프로스에서 회담을 연다. EU 재무장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 발표한 새로운 국채매입 프로그램인 'OMT(outright monetary transaction)'에 대해 처음으로 논의한다.

이들은 ESM에 대한 독일 헌재의 판결과 스페인의 구제금융과 관련한 논의도 할 전망이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지에도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핀란드 일간 헬싱인 사노마트, 카우팔레흐티와의 인터뷰에서 ECB에 국채 매입을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더크 슈마허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국채매입 프로그램의 세부사항을 공개했기 때문에 스페인이 이르면 유로그룹 회의(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열릴 때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독일 헌재가 ESM에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가능해진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도 관건이다.

최근 무디스는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현재 'Baa3'에서 조정하는 방안을 이달 말까지 검토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무디스는 스페인의 채무 차환 능력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즉각적 조치를 추가로 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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