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시간이 길어졌다.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김중수 총재의 기자회견은 1시간을 훌쩍 넘겨서 끝났다. 예상치 못한 기준금리 동결에 질문이 몰렸던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의욕이 앞선 탓도 있다. 김 총재 자신도 어느 때보다 피로감을 느꼈나 보다. 마무리 발언에서 그는 "오늘이 제일 오랜 시간 얘기한 것 같다"고 했다.

설명을 길게, 충분히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연설명은 오히려 결론을 희미하게 만든다. 일부에선 시장에 시그널을 주지 않으려는 김 총재의 의도된 화법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전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수수께끼 놀이 같은 화법을 따라한다는 것이다.

김 총재 발언의 한 단면이다.

기자회견에서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묻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에 그는 "어떤 상황이 언제 어느 시점에 결정되느냐가 중요하다.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어떤 기간 내에서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언제 하느냐, 어떤 기간에 금리 수준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갭이 있다고 하면 어느 기간에 맞추느냐가 중요해진다. 판단은 오늘일 수도 있고, 내일일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시간을 두고 찬찬히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종잡기 어렵다.

이날 기자회견 발언 전반을 행간으로해석해보면 '통화정책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은 예단하면 다친다' 정도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김 총재가 우리나라 경제가 대외개방도가 높은 소규모 경제여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밝힌 점과 유연한 정책대응을 누차 강조한 데서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 결론이다.

그나마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어느 정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방향 문구에 나온 '마이너스 GDP갭'에 대한 추가 설명이 힌트가 될 수 있다.

김 총재는 '마이너스의 GDP갭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통방 문구 내용에 대해 "GDP갭은 분기에 한 번씩 전망을 한다. 현재 기준으로의 정보가 아니라 내달 성장률 전망할 때 GDP갭의 마이너스가 더 커지는 형태로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음 달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현재의 3.0%보다 더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GDP갭 마이너스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가 누차 강조했듯이 지난 7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내렸던 핵심요인은 2분기 GDP갭의 마이너스 전환이었다. 내달 나올 3분기 GDP갭의 마이너스 폭이 눈에 띄게 확대된다면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내릴 명분을 찾을 수 있다.

결국 7월 기준금리 인하배경 등을 고려할 때 9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의 김중수 총재의 발언에서 시그널을 찾는다면 '10월에는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며느리도 모른다' 정도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책금융부 채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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