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앞으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등에서 통화정책 관련 시그널을 찾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한때 시장에서 '불통 중수'로 통했다. 시장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그의 소통에 대한 철학은 확고해 보였다. 통화당국 수장인 그에게 시장은 '너무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Not too near, not too far)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김 총재는 지난 주말 한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특정 한 두 고객을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떤 분들은 시장에 (통화정책 방향을) 잘 알려줘서 시장이 적응하고, 이런 것을 소통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소통이 아니다"며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서 미리 방향을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반문했다.

선진국에서 나온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의 개념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미국과 일본, 일부 유럽국가 등 기준금리가 제로금리에 가까운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위기 시에도 금리정책을 활용하기 어렵다. 금리정책 이외의 통화정책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책효과를 사전에 극대화하기 위해서 나온 게 포워드 가이던스라는 것이다.

김 총재는 "우드 포드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포워드 가이던스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는 데 기본적으로 제로금리에 관한 것이다"며 "이들은 포워드 가이던스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면 대차대조표를 바꾸는 등 이런 방법밖에 내놓을 게 없지만 (금리정책을 포함해 여러 정책이 가능한) 우리와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은 중립성과 자율성의 원칙에 의해서 시장뿐 아니라 정부와 언론, 그리고 어떤 기관과도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Not too near, not too far'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그는 "누가 보더라도 어느 한 쪽에 너무 기울지 않게끔, 그러나 또 그것이 너무 멀지도 않도록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관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한은이 정부와 정책을 같이 하면 독립성이 없다 하고 조금 떨어지면 정책 공조가 안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디에 서야 하느냐"면서도 "정책을 같이 하더라도 우리가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의 소통 방식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어야 할까.

김 총재는 "소통의 가장 기본은 우리가 정책을 할 때 일반 국민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있다"며 "국민들이 항상 '정보를 아는 것'과 '어떤 정책을 이해한다'는 것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 갭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부 채권팀장)

ch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