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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려는 유대인 샤일록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채무자 안토니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채무증서에는 기일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 이자로 심장 부근의 살 1파운드를 떼어낸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샤일록은 이를 근거로 채무자의 가슴살을 떼어내도록 허용해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한다. 이때 판사의 판결은 무엇이었던가?

판사 포셔(여성이었다)는 채무증서에 적힌대로 채무자 안토니오로부터 가슴살을 떼어내라고 판결한다. 샤일록은 환호하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판사의 말에 금세 절망한다. 포셔는 “가슴살을 정확하게 1파운드만 떼어내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모자라거나 혹은 더 많이 떼어내기라도 한다면 조건 위반이므로 엄하게 벌하겠노라”고 경고한다. 아울러 “증서에는 가슴살 1파운드를 떼어낸다는 말만 있지 피에 대한 규정은 없다. 살을 베어낼 때 피를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린다면 역시 강력하게 다스리겠다.”고 겁을 준다.

결국 샤일록은 가슴살 떼어내는 일을 포기하고, 그러므로 이자는커녕 빌려준 원금도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재판정을 떠난다.

어린 시절, 나는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면서 판사 포셔의 판결에 정말 탄복하였다. 처음에 그녀가 “가슴살을 떼어도 좋다”는 판결을 내렸을 때만 하더라도 큰일났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살만 떼어내지 피를 흘려서는 안 되고, 또한 정확히 살 1파운드만 떼어내라”는 조건을 붙여 샤일록(소설 속에서 악한, 수전노, 돈만 밝히는 유태인으로 묘사되었다)의 악행을 저지하는 멋진 판결을 내리는 것까지 읽고는 판사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샤일록의 입장에서 살피면 그 재판이야말로 불공정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돈을 빌려주었고, 채무자는 확실하게 갚겠노라고 약속하였다. 약속이 확실하다는 증거로 ‘가슴살을 베어도 좋다’는 조건에 응하지 않았던가!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았으니 곤경에 빠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판사는 채무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샤일록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 단지 돈을 빌려주었을 따름인데도 재판에 졌다. 돈도 잃고, 어떠한 채무보전 절차도 밟지 못하였다.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기억나겠지만, 사실 포셔 판사는 채무자인 안토니오의 친구인 바사니오의 아내이다. 피고 안토니오에게는 ‘특수 관계인’이었던 셈. 속된 말로 애당초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샤일록에게는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수밖에 없었다.

증권전문 케이블TV에서는 요즘 ‘종목상담’ 프로그램을 너도나도 방송하고 있다. 출연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어찌하오리까?”는 하소연을 전화로 듣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여 그 전문가들 역시 이해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오르면 모두가 행복하고 주가가 내리면 모두가 불행한 것이 주식시장이다. 전문가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다. 이들 역시 주가가 오르기를 희망한다. 모두 한 통속이다. 특수 관계인이다.

그러니 제시하는 ‘판결’ 역시 한쪽으로 쏠린다. 대부분 “보유하라”는 의견 일색이다. 그럴 수밖에. 남편 친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 포셔와 다를 바 없다. 매우 불공정한 일이다. 그 말을 듣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속이 시원합니다.”라고 답하는 투자자들도 답답한 노릇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칼럼을 오랫동안 읽어온 지인이 연락을 해왔다. 그는 워낙 오랜 기간, 즉 과거 PC통신에 글을 쓰던 시절부터 내 글을 접한지라 소위 ‘행간의 의미’도 알아챌 수 있다고 자부하는(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열혈 독자이다. 자기 생각으로는 이번 주 칼럼에서 내가 그냥 담담하게 “사라(BUY)!”고 말할 것 같아서, 글로 표현되지 않는 다른 것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별개 있겠는가? 글로 나타내는 것이 내 생각이지 다를 것이 없노라고 답했다.

전화를 끊고 스스로 물어보았다. 그는 왜 내가 ‘담담하게 사라’고 말할 것이라 생각했을까? 아마도 이런 뜻이리라. 최근 나는 코스피지수가 일목균형표 구름 위로 올라섰고, 이동평균선 등도 정배열인지라 추세는 확연한 상승세라는 이유로 ‘매수’ 혹은 ‘상승’을 기조로 글을 쓰고는 있다. 다만 엘리어트 파동이론으로는 여전히 지금을 조정국면으로 파악하고 있는지라 주가가 오른다고 광분하여 적극매수하라거나 속칭 ‘몰빵’을 주장하지는 않고 있다. 되레 주가가 오를수록 위험을 줄이고 싶다는 투로 말하고 있었던 터.

그런데 최근 ‘이벤트의 달’을 맞아 온통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넘쳤다. ECB의 드라기 총재는 무제한적인 국채매입을 발표하였고, 미국은 미국대로 역시 3차 양적완화의 깃발을 올린 상황이다.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코스피지수는 ‘마의 2,000 고지’를 넘어섰다.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런 상황에 내가 어떻게 말할지…. 그는 궁금하였던 게다.

나는 추세론자다. 추세와 동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추세에 맞서는 순간 우리는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앞서 밝혔듯 완연한 상승세이다. 그러니 여기에 맞서는 것은 위험하다.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이유로 추가 매수하는 일이 겁날 수는 있으나 섣불리 ‘숏’ 쪽으로 덤비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주가가 꽤 많이 올랐다. 단기적으로 말한다면 당장 오늘이라도 추세가 반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꼭지는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법. 정점을 예단하여 미리 매도할 수는 없다. 그저 추세에 휩쓸릴 따름이다. 그게 안전하다.

사실 지금은 좀 아슬아슬하다. 그건 틀림없다. 특히 지난 금요일(9월14일), 지수가 50포인트 이상 치솟으면서 모든 기술적지표들을 몽땅 과열권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아울러 목요일과 금요일 사이에 상승갭(1,955~1,991)마저 크게 나타난 형편이다. 상승갭은 지지선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갭은 메워진다”는 속성도 있으니만큼 주가가 갭 언저리, 즉 1,960선 정도까지 되밀릴 공산은 그만큼 높아졌다.

그럼에도, 꼭지를 운위하는 것은 여전히 성급하다. 추세에 따를 수밖에 없다. 추세가 꺾인 것을 확인하고 대처하여도 늦지 않다. (추세가 꺾였는지는 상승갭이 완벽하게 메워지고, 또 지수가 갭 아래로 주저앉는 것으로 일부 확인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분명히 상승세. 따라서 나는 “담담하게 사라”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굳이 부언한다면, 일목균형표로 따져 이번 주 수요일(9월19일)을 전후하여 변화일이 나타난다. 참고하시길.

(달러-원 주간전망)

코스피지수와는 달리 달러-원 환율의 추세는 확실하게 보인다. 의당 아래쪽이다. 매번 이 자리에서 지적하고 있듯 일목균형표의 위쪽에 버티는 구름이 너무나 막강하다. 도무지 범접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달러-원 환율은 막강한 구름의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고 점점 더 아래로 밀려 내려가고 있다. 기준선과 전환선이 역전되었고, 후행스팬 역시 26일전의 환율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그 아래로 처박히고 말았다. 모든 것이 하락세의 전형적인 사례다.

그런데다 기술적분석과는 좀 다른 이야기로되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발표되었으니 달러 값이 하락하는 일은 불문가지이겠다. 달러를 무한정 풀어내는 것이(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양적완화인즉 달러 가치가 밀리지 않고서야 견딜 수가 없다. 달러-원 환율도 예외는 아닐 터.

단기지표이지만 스토캐스틱은 지난주 후반에 바닥에서 잠시 돌아서며 매수신호를 보일까 말까 하였다. 그러나 금요일에 환율이 급락하면서 스토캐스틱은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 특히 매수신호를 내기 직전에 다시 하락하는 쪽으로 돌아섰으니 이를 두고 기술적분석 용어로는 ‘실패(failure)’라고 부른다. 하락세가 더 강화되는 신호이다.

지난주까지 여러 새로운 기술적지표를 소개하였으므로 이번 주는 좀 쉴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간단한 지표 하나만 들여다본다. CMO(Chande Momentum Oscillator)이다. 샨드(Chande)라는 빼어난 기술적분석가가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만들었다. RSI와 비슷한 지표인데(계산방식은 생략), +50 이상이면 현재의 시장이 과열상태인 것을 나타내고, -50 이하라면 과매도 국면인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달러-원이 내내 하락하였으니 CMO는 -50 이하일 공산이 높겠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난 금요일 현재 CMO는 -49.64이다.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50선을 하회하지는 않았다. 또한 -50선 아래라고 당장 매수하는 것도 아니다. CMO가 -50 아래에 있다가 -50선을 상향돌파할 때가 매수의 타이밍이다. 하지만 지금의 CMO는 아직 -50 아래조차 내려가지 않았으니 매수 운운할 때는 전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여도 똑같은 이야기다. 달러-원은 하락세다. 막강한 지지력을 자랑하던 1,120원대마저 순식간에 뚫렸으니 지지선으로 무얼 더 기대할까. 다만 환율이 급격하게 내리면서 하락갭이 만들어졌으니 ‘갭 메우기’ 과정으로 약간의 반등은 나타날 수 있겠다. 1,124~1,126원이 하락갭의 수준이다. 반등한다면 1,126원 언저리는 가능하겠다.

물론 달러-원이 반등할 때마다 그것이 좋은 매도 타이밍이 된다는 것은 그동안 내가 줄곧 주장하였던 바와 전혀 다르지 않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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