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태동기였던 1979년에 '최초의 여성 외환딜러'로 출발한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이 33년간 외환시장에서 겪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초보자도, 베테랑도 자신 있게 속단할 수 없는 외환시장, 그만큼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주 목요일 김상경의 외환이야기를 통해 외환딜러들의 삶과 알토란 같은 외환지식을 만나면서 '아는 사람만 알던' FX시장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외환시장의 특징

√ 짝 (Pair)과 동행한다.

외환거래는 항상 짝과 동행하여 서로 다른 두 통화를 결합시켜 트레이딩을 하는 것을 말한다. 미달러화는 다른 통화와 결합되는 기본통화이다. 2004년 BIS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미달러화가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중이 약 80 이상이 넘는다고 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비중이 가장 높은 이유는 미국 경제가 아직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경제를 이루고 있어서 각국의 외환보유액의 제1통화로 선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일을 사고파는 결재 통화가 미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모든 오일거래는 미달러화로 결제된다. 미달러화는 가장 유동성이 많은 통화이면서도 군사적으로도 가장 안정된 시스템을 가진 최강의 국가 통화이기 때문이다.

외환딜러들은 주요통화 페어를 가장 선호한다.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주요통화는 EUR/USD이고, 그다음이 USD/JPY, GBP/USD 그리고 USD/CHF 정도이다. 전체 외환 트레이딩 거래 중 약 2/3 이상이 이들 통화페어들의 거래이다.

시장에서 '오른다' 혹은 '내린다'는 의미는 미달러화가 다른 통화에 대해서 오르거나 내린다는 의미를 말한다. 통화 페어들은 그룹을 형성하여 짝을 이루고 있지만, 통화 페어의 가격은 개별국가의 경제와 정치적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외환 트레이딩을 잘하려면 통화 페어의 원칙은 무엇인지, 이들의 통화가격고시 방법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환율이 왜 움직이는가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다른 통화 페어들이 어떻게 상관관계를 가지고 움직이는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환시장은 엄격한 규칙이 없어서 통화페어의 습성을 알아보고, 이들 통화페어들이 지속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 통화 명칭들

주요 통화의 명칭은 ISO가 표기한 통화표시 방법을 쓴다. 통화페어(pair)의 모든 거래는 미달러화가 수반된다.







<자료제공:CITI BANK>



외환거래를 할 때 위와 같이 자주 별명들이 등장한다. 통화이름과 별명은 외환시장의 현황을 읽을 때나 혹은 리서치 리포트를 읽을 때 자주 등장하므로 이들 별명들을 반드시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통화는 대부분 세 자리의 통화코드가 있다. 첫 번째 두 글자는 국가를 의미하고 마지막 한 글자는 통화표시를 나타낸다.

가끔 시장에서 달러-엔을 거래할 때 1 Yard 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10억(1 billion yen)엔을 칭하는 말이다.

애널리스트의 리서치 보고서를 볼 때에 개개 통화에 대한 언급인지, 혹은 통화페어를 언급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면 리서치보고서에서 “"스위스 프랑이 장래에 약세로 갈 것이다"라고 표현했다면, 달러화가 스위스 프랑에 대해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통화페어를 표기하면서 USD/CHF이 앞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를 달았다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스위스 프랑이 앞으로 강세로 갈 것이라는 의미이다.



√ 단숨에 거액거래가 가능하다

외환시장은 단번에 5억불의 거래도 가능하다. 5억불 정도의 금액이 단 한 번에 단 몇 초안에 거래가 가능한 시장이라면 다른 어느 시장에서도 볼 수 없는 규모일 것이다. 외환시장은 엄청나게 많은 양의 수요와 공급이 각종 통신 수단을 통하여 매매 거래를 일으키는 가상의 공간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이 크다고 하지만 충분한 양의 수요와 공급을 확보하지 못한 통화라면 시장가격 (환율)이 왜곡되면서 가격결정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 2008년도 미국의 금융위기사태 이후 한국 외환시장의 달러/원 시장에서 가격변동폭이 엄청났던 경우도 시장의 거래량이 부족했던 이유다.

1990년 초반까지만 해도 외환거래는 보이스 브로커들이 성사를 시켰다. 그러나 전자 거래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은행들끼리 미리 정해진 신용한도를 가지고 매칭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되면서 은행 간에 사자팔자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더 공급해줬다. 또, 이 시스템을 통해 거래된 모든 가격이 시스템에 반영되면서 그날의 ‘high' 'low'를 자동으로 알 수 있어서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가 더 쉬워졌다.

같은 시기에 외환 브로커들은 인터넷 기반 위에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을 만들면서 시장의 유동성을 더 보태기 시작했다. 인터뱅크 시장의 기본 거래 단위는 미달러 백만불 혹은 백만 파운드가 표준금액이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훨씬 적은 금액으로 거래할 수 있었다.

다음의 그림을 보면 은행 간 시장은 EBS나 로이터를 이용해 거래하기도 하고, 온라인 FX 시장 조성자하고도 거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인거래자들은 온라인 FX 시장조성자와 거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제공:외환선물>



▲딜러의 행동규범

외환딜러들 대부분은 아주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다. 그래서 금융기관에서는 딜러의 행동규범을 정해놓고 대형 사고를 미리 예방하려고 한다. 특히 딜러들은 스스로 이 분야에서 자신이 최고의 전문가라고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딜러의 행동규범을 명문화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이 낭패를 당할 경우가 종종 있다.

외환 트레이딩은 항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손실이 누구의 책임이고, 어떤 권한으로 거래하는지를 문서로 밝혀놓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딜러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부도덕한 거래를 해서도 안 되고, 한도를 초과해서도 안 된다. 또 전문가로서 품위와 인격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이들이 올바르게 직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조항을 만들어 딜러들을 감독, 관리한다.

딜러는 소속된 회사의 이익을 위해 거래해야만 한다. 어떤 경우라도 자신을 위해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이다.

딜러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소문이나 허위사실을 퍼뜨리지 않는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작전세력을 만들어 주가조작을 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

딜러는 상대방이 저지른 명백한 실수를 이용하여 비겁하게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딜러는 자신의 권한과 한도 내에서 거래해야 한다. 이는 딜러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한도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내었다 하더라도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딜러는 소속된 회사에 반하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 내가 알던 모 기업의 딜러는 홍콩에 자신의 계좌를 터놓고 자신이 거래한 트레이드가 이익이 나면 홍콩의 자신의 계좌에 입금하고, 손실이 나면 회사의 계좌에 손실을 처리하는 부도덕한 딜러가 있었다.

딜러가 말로서 거래를 성사했다면 이 거래는 이미 성립된 것이며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반드시 진다.

딜러는 시장 관행이나 내부 규정에 어긋나는 사항은 즉시 상급자에게 보고한다. 딜러는 새내기 딜러들이 숙달되도록 성실하게 교육 및 훈련을 시켜준다.

딜러는 자금결제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는다. 거래를 한 사람과 자금 집행은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

딜러는 전문가이므로 해당 분야의 최고의 지식과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한다. (참조: 외환시장의 실무 - 김재호 著)

이렇게 써놓고 보니 딜러들의 행동지침이 꽤 비장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러한 규정이 만들어진 배경은 딜러의 도덕성과 성실성이 상당히 요구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필자 연락처: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50-8 한국국제금융연수원(☎02-77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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