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여의도에서 일하는 사장들은 오랜만에 나온 이헌재씨의 책을 한 권씩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한 증권사 사장의 말이다.

안철수 원장이 지난 19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헌재 전 부총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안철수 원장의 경제정책을 적극적으로 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여의도에선 그의 경제철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그의 책이 출간된 직후 공동구매 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도 162개 회원사 CEO들에게 그의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이미 여의도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 사이에선 이헌재의 경제철학을 한번 되짚어보자는 열풍이 분다.

책에서 드러난 이헌재 전 부총리의 성향을 파악해보면 그는 시장주의자이며 성장을 중시하는 친기업 성향이 두드러진다.

약간의 개혁성향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보수성향이 강하다고 그는 스스로를 평가한다.

이 전 부총리는 새로운 경제모델을 제시하며 '창의경제'를 주장한다. 젊은 사람들의 창업을 돕기 위한 경제 전반의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다.

특히 창업기금으로 연기금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재벌개혁은 야생마 길들이듯 멀리서부터 제도로 조여가야 한다고 말하고 복지를 위해서는 성장이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도 드러낸다.

보수와 진보로 따지자면 보수 성향은 아닌 대통령 후보의 경제브레인 역할을 자칭 보수라는 사람이 이끌고 있는 셈이다.

지지도가 높은 후보의 경제브레인이라는 점에서 그는 금융중심지 여의도의 주요 연구대상이다.

하지만 `모피아(MOFIA)'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는 뗄 수 없는 꼬리표다.

여의도에서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이헌재를 중심으로 한 모피아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피아를 통한 금융정책은 자율성보다는 강제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민주당 집권 10년 동안 경제수장을 맡으면서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길을 걸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IMF 같은 위기를 헤쳐나갈 때의 지혜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며 "그 지혜를 후세에 전달해준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인데 그런 면에서 좋은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두려움은 막연함에서 비롯되듯 평가가 엇갈리는 이헌재의 경제철학은 여의도의 숙제로 남겨졌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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