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예전에 내가 알던 어떤 분이 생각난다. 그는 어떤 은행의 외환딜러였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초창기에 그는 열심히 거래하였으며 매년 은행에 만만치 않게 큰돈을 벌어주었다. 은행의 신임은 각별하였고 그는 점점 더 큰 규모의 거래를 하게 되었다. 시장에서 그는 ‘큰손’으로 통했는데, 유수의 은행들이 다투어 그와 거래를 트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좋았던 시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여 그는 참담한 실패를 거듭하였고 결국 은행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본다면 그는 과거에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공하리라 너무 확신하였던 것 같다. 시장에서 거래하면서 시장의 또 다른 측면을 보지 못하였던 것이 그의 결정적인 실책. 시장은 종종 우리의 뒤통수를 치기 마련이거늘...

그의 가장 큰 약점은 ‘고집’이었다. 타협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움직임이 나타나더라도 그것을 합리화하는 데에 능하였다. 애초 생각을 도무지 바꾸지 않았다.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 뚝심으로 버텼다. 그게 처음에는 먹혔다. 시장이 방향을 바꾸면 큰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시장이 끝끝내 그를 외면하자 어쩔 수 없었다. 비극이었다.

어느 날, 그는 달러 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미국의 경기가 좋지 못하여 달러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돌았고, 그는 진작부터 달러를 팔았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정작 달러 금리가 내릴 것이라고 발표된 다음에 거꾸로 시장에서 달러가 오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는 몰랐다. 전문가라면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때 어떤 요령으로 빠져나와야 하는지 대책을 미리 마련해놓고 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FRB의 금리인하 결정이 발표되었는데, 시장의 예상보다는 인하폭이 적었다. 그러자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달러는 급등하였다. 시장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을 근거로 거래한다. 그러므로 이미 금리 인하라는 ‘현실’이 환율에 충분히 반영되었으니 달러가 되레 오르는 것도 이상할 리 없었다.

금리가 인하되던 날, 그는 딜링 룸에서 다른 트레이더들과 함께 밤을 샜다. 런던과 뉴욕 시장에서 달러가 계속 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결국 달러 매도포지션을 청산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역시 처음에는 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리고 이해되었다면 포지션을 청산하고 순순히 투항하였을 터.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그는 시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현실을 부정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다. 자신의 고집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시장의 추세는 하락세였다. 미국의 경기가 좋지 못한 데 달러가 오를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확고부동한 신념이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달러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해왔다. 그의 말은 “달러는 분명 하락세야”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어.”

고집은 합리적인 사고를 마비시켜버린다. 시장은 결코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은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움직인다. 우리는 그저 시장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매주 새로운 기술적 지표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사실 증권사의 HTS나 혹은 연합인포맥스의 차트 프로그램에는 수없이 많은 기술적 지표들이 탑재되어 있지만 실제로 거래에서 사용되는 지표는 제한적이다. 기껏해야 이동평균, RSI, MACD, 스토캐스틱 등이다. 그래서 분석의 지평을 넓히고자 매일 하나씩 새 지표를 소개하는 것이다. 오늘은 PFE다.

PFE는 분극 프랙탈 효과지수(Polarized Fractal Efficiency)의 약자이다. 이름이 어렵고 거창한데, 프랙탈 움직임이란 간략하게 말하여 ‘전체를 대표하는 부분’으로 정의된다. 해안선이나 구름 등 자연의 복잡하고 불규칙한 모양을 아무리 확대해도 결국 세세한 부분에는 그것의 전체 모양과 유사한 모양이 숨어 있다. 그게 프랙탈이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복잡한 곡선이라도 단순화하여 직선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프랙탈 이론은 그것을 전면 부정한다. 프랙탈 이론에 의하면 세세한 부분은 결코 직선으로 단순화할 수 없으며, 오히려 세세한 부분은 전체 모습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자기상사성(自己相似性)이라고 한다. (어? 너무 골치 아픈가?) 이론을 복잡하게 설명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설명하다보니 좀 길어졌다.

여하간... PFE를 산출하는 공식도 이름처럼 복잡하므로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자. PFE를 산출하는 목적은 프랙탈 움직임 정도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인데, 이는 결국 현재의 시장가격 움직임이 전체 흐름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판단하려는 것이다.

PFE는 최고 +100, 최소 -100의 범위에서 움직인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PFE가 +100이나 -100에 근접하기는 어렵다. +40을 넘어서면 그것만으로도 현재의 상승추세는 매우 강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PFE의 값이 +40 이상인 수준에서 하락세로 돌아설 때가 매도의 타이밍이다. 같은 논리로 PFE의 값이 -40 이하인 수준에서 상승세로 돌아설 때가 매수의 타이밍이다.

자, 이제 웬만큼 알았으니 코스피지수를 분석해보자. 지난 금요일(9월21일) 기준으로 PFE는 44.20으로 산출된다. +40을 넘어섰으므로 현재의 상승추세는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매도 타이밍인가? 그렇지는 않다. +40이상이라고 하여 매도하는 것은 성급하다. 아직은 PFE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으므로 조금 기다렸다가 +40선 위에서 PFE가 하락추세로 돌아설 때를 결정적인 시기로 잡으면 된다.

PFE의 추세가 꺾이는 날이 당장 오늘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내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번 주 내내 PFE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도무지 매도 신호를 나타내지 않을 수도 있다. 글의 첫머리에서 밝혔듯 “시장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는 법. 우리는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한다면 좀 아슬아슬하다. 이미 PFE가 +40 이상이라는 사실만으로 매도의 ‘필요조건’은 충족되었다. 하지만 매도로 당장 대응하기는 이르다. 신중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시장이 신호를 줄 때까지 기다려보자.

지난주에도 언급하였듯 코스피지수는 구름 위에 있으니 상승세임이 확연하다. 최소한 1,955~1,991로 나타난 상승갭부터 메워져야 추세전환을 운위할 수 있다. PFE에 따른 ‘매도’ 타이밍은 역시 단기적인 전략일 뿐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은 코스피지수보다 반응이 빠르다. 주가는 여전히 상승세(비록 상승갭을 만든 이후에는 도무지 보폭을 늘리지 못하고 좁은 범위에서 주춤거리고 있지만 말이다)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달러-원은 그렇지 않다. 앞서 살폈던 PFE가 진작 ‘매수신호’로 돌아섰다.(달러-원이 그렇다면 코스피지수도 조만간 매도신호를 나타낼 법도 하다만.)

이미 지난 20일(목요일), 달러-원이 8원 이상 상승하면서 PFE에서는 신호탄이 터졌다. 매수신호의 깃발이 올랐다. 그 이전까지 -40 이하에 머물던 PFE가 상승하던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다. 앞서 배운 대로 매수신호임이 분명하다.

과거의 차트를 돌이켜본다면 PFE가 -40 이하이었다가 상승하기 시작할 때가 절호의 매수 타이밍이었다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바로 '역사'가 증명하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7월초 달러-원이 1,130원대의 바닥에서 돌아섰을 때, 혹은 올해 2월에 1,120원대의 바닥에서 오름세로 바뀌었을 때는 모두 당시의 PFE가 -40 이하이었다가 상승세로 전환하였던 시기였다. 의당 그때 매수하였다면 속된 말로 ‘대박’이었다. 지금이라고 하여 예외는 아닐 터.

비단 PEF뿐 아니다. 우리가 일전에 살펴보았던 포스 인덱스, 혹은 스토캐스틱, RSI 등도 모두 매수를 말하고 있다.

단, 거듭 강조하듯 PFE는 단기적인 관점이다. 매수신호가 나타났지만 달러-원의 근본적인 추세는 하락세이다. 일목균형표의 구름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일단은 이번 주에 달러-원의 상승을 예상해보지만, 상승폭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에 일목균형표 전환선(1,122원)과 기준선(1,125원)이 저항의 역할을 톡톡히 하리라 생각되고, 설령 그 저항을 뚫더라도 구름 하단(1,134원)은 너무 두텁다. 아울러 구름에 이르기도 전에후행스팬의 저항(1,130원)도 예상된다. 이래저래 달러-원 반등의 길은 험난하겠다.

<김중근의 기술적분석START>936<김중근의 기술적분석END>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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