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7개월 연속으로 동결한 것은 당장의 국내 인플레 압력보다 지속되는 대외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로존 재정문제가 뚜렷한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유럽을 중심으로 한 대외경기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가적인 금리완화 조치도 쉽지 않다. 소비자물가의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해 연간 4%로 치솟았다. 고물가에 따른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금통위도 '2012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을 통해 물가 안정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한 대외경기 하방리스크= 유럽 재정위기가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며 국내외 경기의 강한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한 데 이어 유로화 붕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피치는 이탈리아를 유로존에서 가장 우려되는 나라로 지목하고 있다.

또한 독일 경제가 지난 4분기에 전기대비 -0.2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유럽을 둘러싼 국제 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하다.

중국 경기에 대한 경착륙 우려에 따라 중국의 지준율 인하 가능성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말 연휴 소매 판매 호조에 힘입어 완만하게 성장했다는 진단이 제기되지만, 전반적인 대외 경기 상황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연간 소비자물가 4% 상승= 그러나 한은이 금융 완화 정책을 펼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대비 4%를 기록한 가운데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동월대비 3%대 후반을 보였다.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읽을 수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해 12월까지 6개월 연속 4%대를 나타냈다.

경기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도 둔화되겠지만, 최근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올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이란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국제 유가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한은이 공급 측면의 인플레 압력 속에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없지만, 전반적인 인플레 우려 속에 금융 완화적인 정책 역시 펼치기 어려운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물가안정을 지목한 가운데 김중수 한은 총재도 신년사를 통해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각종 수단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평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에서는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 지급준비율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기도 했다.

▲금리동결 장기화 가능성= 결국 대외적인 요인과 국내적인 요인이 상충하면서 당국이 그동안 강조했던 금리정상화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1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금리 정상화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동안의 저금리 기조 속에 인플레 압력과 자산버블 등의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대외 불안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감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물가안정 발언과 한은의 물가안정 기조 속에 금리인하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금리 정상화 단계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문제 등 대외 불안 요인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의 금리동결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오는 4월이면 한은 부총재를 포함해 총 4명의 금통위원의 임기가 종료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들의 임기 종료를 전후로 금통위가 금리정책에 변화를 주기도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