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업어음(CP)의 신용확대 문제가 금융당국에 의해 수술대 위에 놓였다. CP는 신용상태가 양호한 기업이 상거래와 관계없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주로 만기 1년 미만의 융통어음이다.

상거래가 실제 일어나서 발행되는 진성어음과는 달리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우량 기업이 발행한 약속어음이다.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자금 수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 약속어음인 만큼 신용등급 `A'군에 속하는 우량기업어음이 통용된다.

지난 2009년부터 CP는 만기규제가 사라지면서 단기물이 아닌 만기 2년 이상의 CP발행도 가능해졌다.

현재 CP시장의 문제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첫번째는 CP발행이 남발하면서 과거 리먼사태에서 본 것처럼 만기가 일시도래하는 시점이 임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만기가 남은 CP 물량은 작년말 대비 35조원 증가한 124조원으로, 2년새 두 배로 늘었다.

그런데 이 연유엔 회사채 시장이 놓여있다. 장기물인 회사채 3년물의 만기를 단기물 위주의 CP로 돌려막으려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늘어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당연히 최근 경기불황에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CP매각이 어려워지고, 잔존물량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자금의 질도 나빠져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는 이 과정에서 공시제도의 허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포인트다. 당국이 만기 1년이상 CP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은 그동안 우량기업들의 CP에 대해서는 회사채와 달리 공시의무가 없었던 것이 `구멍'이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스펙거래가 개입되기도 했다. 기업의 자금조달과 무관한 증권사의 차익추구 목적의 변종 CP라고 할 수 있는 정기예금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발행이 늘어나면서 관련된 피해가 있을 경우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도 피해를 입는 구조가 된다.

이게 바로 이른바 `LIG건설 CP사건'의 핵이다.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규모 CP를 발행한 것은 기업의 모럴헤저드 차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의 되풀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진부한 지적을 또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감독과 제도의 기능이 산업의 발달을 못 따라간다는 지적이 나올 타이밍인가 싶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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